살아가는 모통이 108

첫눈

첫눈 어둠을 걷어내고 일어나 보니 창밖엔 함박눈이 하얗게 쌓이네 첫눈이 내리니 나는 좋네 하는 일 없으니 늦잠도 좋고 장작불이 아니라도 고구마 굽고 토실토실 알밤 맛은 또 어떻고, 감주라도 익혀뒀음 참 좋았을 걸 침침한 눈 씻고 보니 뚜벅뚜벅 오던 눈 멈춰 버렸네 소설 절기 새벽에 내린 첫눈이 폭설이 되네 내리던 함박눈은 그치고 나뭇가지엔 하얀 꽃이 잠시 피었네

울퉁불퉁

울퉁불퉁 사는 세상이다 싫다고 안 살고 좋아서 사는 세상이 아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벽시계는 돌아가고 천지개벽이 돼도 해는 뜨고 밤은 오리니 그냥 그 속에 있는 것이 사는 것이다 악행 하는 세포에게 다가가 분노하며 노여워하며 사는 것도 사는 것이다 한천만 바라보고 슬퍼할 일이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고 시드는 것이 인생이거늘 울퉁불퉁 거친 길, 소리 없이 사는 것이 인생이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지나간다 깊은 어둠 속에 있었다고 못 봤다 하지 마라 바늘구멍으로라도 보이는 것이 사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라도 부르며 두 발로 걸어가는 것이 사는 것이다.

목타는 대지

유월의 기온이 연일 34도를 넘으면서 불볕더위가 대지를 태운다. 이대로라면 기상재해가 우려된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물부족 현상이 정말 심각하다. 깊은 산속의 상수원이 바닥을 드러냈고, 4대강 을 중심으로 진 녹색 녹조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극심한 가뭄에 고인물이 썩어 있어도 수문 개방도 못하고 있다.있다. 도심의 가로수는 폭염에 지쳐 축 늘어져 있고, 길가의 낮은 울타리 나무들은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간다. 이렇게 말라죽으면 식재하여 가꾸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까. 참으로 안타깝다. 행정기관에선 살수를 하는 모양이나 온 대지를 충족할 특단의 대책은 없다. 가로수가 물주머니를 차고 있고, 일사병에 걸린 나무는 긴급 수혈하는 모습도, 그리고 건널목 사거리엔 통행인을 위한 차광 천막도 설치..

미꾸라지

미꾸라지(鰍魚)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먹이를 찾기 위하여 얕은 물속에서 바닥을 파헤쳐 흙탕물을 일구는 데서 이르는 말이다. 모기 유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해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내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다. 여름 장마 때가 되면 농수로에 흐르는 빗물에 엄청난 양의 미꾸라지가 밀려와 대소쿠리나 족대로 양동이에 가득 잡아낸다. 삶아서 사육하는 돼지나 닭에게 주면 잘 자라서 가축 먹잇감으로 잡았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던 당시에는 논 바닥과 농수로에 붕어 새우 우렁 계 등 먹을거리가 많아 미꾸라지는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게 지금은 시설에서 양식을 하여 나와도 추어탕 요리로 사람의 귀한 보양식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판꾸라지와 법꾸라지가 나왔다. 카자흐스탄의 말마..

닭울음소리

닭울음소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정객이 뱉은 말이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전국의 닭장은 텅 비어있어도 닭의 해는 돌아온다.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이면 30알 달걀 한 판을 샀다 한데 달걀을 못 구한 음식점 제빵업계는 문고리만 잡고 있다 다 어디 갔어! 마음대로 드나들던 그 천한 손님도 믿건 말건 수입해야 할 판이다. 보안 손님으로 모셔서, 엎친데 덮친다 사람 인플루엔자는 또 무엇인가 병원마다 사람마다 방어막을 치고 비상사태다 알느니 죽는단 말이 있다. 어찌해야 좋단 말이냐. 패거리판이 혼란스럽다 깨고라도 나가야 산다며, 밖으로 나온다 네 판이 크냐, 내 판이 크다. 누구 맘대로, 민심이라는 것도 있다더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길 참 잘했다. 선장은 형틀에 매어놓고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촛불 물결이 흔..

스위스 마을

입장료를 받는 스위스 마을의 정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는 이렇다. 마이더스 골프클럽이 마주 보이는 산 언덕에 낚싯바늘 형태의 외 길을 따라 위로 오르며 양쪽으로 스위스풍 건축물 20여동이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이 들어서 있다. 각 동마다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테마별로 소품을 몇 가지씩 진열하여 놓았다. 그러나 길 왼쪽으로 지어진 건물은 사유 건물이라고 입장을 불허하고 오른쪽 건물에만 관광을 허용하나 시설규모도 작고 내용도 빈약하여 관광지로 보기에는 아직 미비하다. 다만 서울에서 불과 1시간 여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여 아이들과 하루를 즐기며 나들이하기엔 알맞은 곳이다. 스위스 테마관 커피 레스토랑 기념품관 테마별 입구 내부 소품 장치물 수 많은 사연 와인..

전망 좋은 집

전망 좋은 집 5월의 태양이 뜨겁다. 5월 중순인데 폭염 주보가 연속 날아온다. 초여름을 넘는 32도의 수은주가 위만 바라보고 서 있다. 올여름도 넘기기가 쉽지 않을 듯싶다. 전 지구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무더운 날에는 닫힌 이중 창문이 속박하는 느낌을 주어 답답하다. 확 트인 외부 공간이 그립다. 창문을 열고 일단은 나와 보자. 사방탁자와 의자 하나를 창문 밖 베란다로 옮겨 왔다. 그리고 외부의 창문을 열고 허공 가까이 앉아서 먼 산을 본다. 탁 트인 조망이 방해물을 거두고 시야가 창공에 머무니 하늘이 열린다. 불곡산의 짙푸른 능선과 아파트들의 조화를 손에 잡고 있는 듯하다. 단지마다 초록조경이 싱그럽고 눈부시다. 조였던 마음이 느슨해지고 미..

만인보의 조준희

-만인보 - 고은 볼 뱉어 아니 볼 들어가 거기 의지의 기운이 담겨 있다 잘 모르겠다 그 의지 말고 평범하다 그 평범 말고 면밀하다 두눈 작게 떠 방금웃은 눈 감은뒤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그대로 평범하다 먼데 바라보는 일 없이 말드물다 여기 후세의 위엄이 와 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반대신문인가 최후변론인가 그러나 피고인석 방청석에서 오른쪽 판사석에서 왼쪽 거기 변호인석에서 경쾌하게 일어나며 그의 조목조목은 산 넘고 물 건너 꽃소식 한 다발 가져온다 고은(高銀)의 만인보에 실린 조준희 변호사를 묘사한 시이다. 란 1986년부터 2010년에 걸쳐 5,600여 명의 실체 인물을 대상으로 쓰여진 총30권으로 발간된 연작시이다. 내가 조변호사를 알게 된 시기는 이분이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으로 재임 때 였다...

공간

공간 터키 레스토랑 사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카파도키아로 유명한 터키의 음식을 차린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수백만 년에 걸쳐 환상적인 형상으로 땅 위에 우뚝 솟은 '요정의 굴뚝" 그리고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간 숭고한 도시와 집들, 이 모든 것이 이 세상 것이 아닌 천상의 분위기 속에 놓여 있다. 자국의 문화와 자연 역사를 홍보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오늘은 삼복의 무더위 속에 궂은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다. 터키식 전문 뷔페 레스토랑의 젊은이들 틈 새에 끼어들었다. 의외로 입맛에 거슬림이 없었다. 조명과 장식이 조화롭다 실내 분위기를 위하여 연출한 터키의 유물 종사원이 모두 터키인이다 분위기 좋게 꾸며 놓은 사진 촬영 공간 고부간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