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통이 108

선재도와 영흥도를 돌아보다

선재도와 영흥도를 돌아보다 밤에 영하 7도였던 기온이 낮에는 영상으로 포근하다. 그 옛 겨울 길을 2019년 12월 8일 거슬러 밟는다. 영흥도(靈興島)로 향한다. 시화방조제가 놓이기 전에는 수원 쪽에서 대부도로 접근했다. 둑에 천막 횟집이 즐비했었던 대부도가 지금은 다리가 놓이면서 관광지로 변해 오히려 당당한 육지 행세를 한다. 대부도에서 선재대교(仙才大橋)를 건너, 이어지는 선재도의 바닷길을 가다 보면 영흥대교(靈興大橋)를 만난다. 영흥도(靈興島)는 낚시 마니아와 더불어 수석인(壽石人)의 발길이 먼저 닿았다. 북쪽의 십리포 해수욕장과 장경리 방향이 탐석산지이다. 밀물 때면 해안까지 물이 올라와 모래사장을 덮어 수영장이 되고, 썰물 때면 뻘에 박힌 오석이 굴껍질을 무릅쓰고 나타나 탐석지가 된다. 해수욕..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자랑스럽지 않은 우리말 중에 '꼰대'란 말이 있다. 2019.9.26자 동아일보에 꼰대란 용어를 해석하는 기사가 있다. 영국 BBC 방송이 23일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로 한국말인'꼰대'를 소개했다며 '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랑스럽지 않은 한국말인 이 한마디는 잔소리 많은 부모나 선생님을 주로 지칭하였으나 요즘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의 직장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가 됐다 한다. 꼴불견으로 하는 말과 행동의 결과에 따라 적용돼 나이 성별 계층과 관계없이 누구나 한 순간에 꼰대가 될 수 있다. 대체로 꼰대란 말을 들으면 크게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되고 심경이 불쾌하다. 그래서 사람..

가을 하늘

가을 하늘 / 김상필 높은 하늘이 코발트색으로 분장을 했습니다 그 위에 물감을 뿌린 듯한 하얀 둥실 구름이 곱게 앉아 느리게 이동하며 몸집을 늘렸다 줄였다 하더니 형체가 변형됐습니다 변화무쌍한 자연 조화가 신비로움 속의 으뜸 작품이 됩니다 어느 예술가가 모방이나 할까, 이 천연의 순수예술품을. 모르고 안 보고 안 느끼면 가을의 문은 그냥 닫힐가봐 소리 없이 지나가지만 손을 내밀어 적셔봅니다 파란 하늘 위가 아니라 하늘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9.09.17 ksp 하늘 냄새 /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나의 하늘은 / 이해인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어느 카페에서

카페거리 어느 도시의 카페거리를 찾았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방학의 끝 자락쯤 일까. 한낮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는데 휴일의 공기는 그래도 견딜만하다. 거리의 나무숲이 하늘을 막아주고 잘 포장된 카페거리 위로 그늘막을 드리운다 한 낮인데도 나무 숲엔 환한 전등불이 크리스마스 추리마냥 매달렸다. 숲길을 거닐다 멈추고 어느 의자에든지 앉으면 카페의 쉼터이다. 다양한 멋과 꾸밈으로 장식하고 저마다 기다리는 분위기는 각 다르다. .조용한 가족들의 휴식처, 젊은 연인들의 나눔터, 어쨌든 삶을 충전하고 잃어버린 시간도 찾아 속박을 풀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웅크리지 말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리 낮설지 않은 곳에서 눈이 생경함을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모처럼 청명한 바람에 땀도 식히며 달콤..

홍곡지지(鴻鵠之志)

鴻鵠之志(홍곡지지) 鴻鵠之志(홍곡지지) 요즘 학생들의 졸업시즌이 가까워졌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대로 모두가 큰 희망을 가지고 원하는 직장을 선택하여 사회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받아줄 사회의 현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더 원대한 포부로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9년의 희망을 청년들에게 돌리며 이 글을 쓴다. 燕雀安知 鴻鵠之志(연작 안지 홍곡지지)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라는 이어진 글이다. 출전은 중국 사기(史記) 진 섭세가(秦涉世家)에 나온다 진(秦)나라는 수백 년이나 지속되었던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기원전 221년에 천하를 통일하였다. 그러나 폭정으로 민심을 잃어 통일 15년 만에 망하게 되는데 ..

이런생각 저런생각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젊으나 늙으나 누구나 나이 먹기를 싫어합니다. 그럼 몇 살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보통은 자기가 가장 행복했거나 행복할 수 있다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나이를 꼽을 것입니다. 어린이는 좀 더 어른의 나이를 생각할 거고, 학생들은 지긋지긋한 공부가 끝난 뒤의 나이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좀 더 젊은 날, 젊었을 시절 좋았던 나이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란 이 가정법에서 우리가 놓치는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안 늙고 다른 사람들은 늙는다는 사실입니다. 돌발 질문이나 상황에 순간적으로 자기만 보고 타자는 들러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사고의 협소함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이 아닙니까? 백 년 동안 늙지 않고 같은 모습이라면 말입니다. 그래서 남이 걸음걸이가 좋지 않은 나이면,..

자화상

내 얼굴을 내가 쳐다봅니다. 별로 신 날 것이 없어서인지 잔뜩 굳어 있네요 그렇지만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는 않는 표정입니다. 백발을 흩날린지는 이미 오래지만 지난 무엇을 원망하거나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노력도 많아 했고 일도 할만큼 해서 노후는 편안하니까요 그런데 노구(老軀)에 몹쓸 바람이 드나들어요 조용히 있고 싶어도 이놈의 바람들이 놓아주질 않네요 동족에서 불다가 남쪽에서 와서 치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바람막이하느라 안간힘을 쓰며 바쁘답니다 큰 집에 가서 두 밤을 자고 나왔어요 바람 잡는 다고, 바람 쭉~ 빼고 나오는 길에 조용한 산아래 카페를 찾았어요 큰 호흡 몇 번 하고 뜨거운 차 한잔 하니 못된 잔당 들 다 빠져나갔는지 홀가분하네요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악종이라도 사전 수전 다 겪은 사람을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