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통이 108

동(動)

탄천의 잉어족 나는 잉어 어족을 들여다본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탄천의 어종 중의 어종 잉어다. 예로부터 집안에 잉어 그림을 걸어두면 활동력이 생기고 건강과 부와 권력이 생긴다 하여 동양화나 자수 등에 많이 등장한다. 동양인들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은 강아지와 고양이, 이 외에도 어류, 조류, 곤충, 파충류 등 매우 다양한 동물을 기르는 분들이 많으나 그중에서도 물고기는 금붕어 열대어 등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거대한 잉어의 서식지는 바로 탄천, 그동안 관리사업소 측의 꾸준한 수질관리로 탄천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수초의 증식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있으나, 장마 때 큰 물의 범람으로 인한 작은 생물들이 모두 휩쓸려 소실되는 안타까움을 연례행사로 치루어야 한다. 부득이 내(川) 바닥..

이쁜 두 분

비오는 날의 오후 1. "이 우산 쓰고 갔다 올래요?" 비를 맛고 난감해 서있는 나를 향해 던지는 어느 여인의 낯선 음성이다. 돌아보니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개인 쇼핑용 커터기를 끌고 우산을 받치고 마트로 들어오던 길이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그러나 망설여지는 대답 "고맙습니다만 집이 좀 멀어서.... 소나기이니 그치겠지요." 호의를 무시하지 않고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너무도 곱고 아름다운 마음에 잠시 망설이다가 내놓은 말이다. 패키지 우유 2팩을 사들고 마트를 나서는 순간, 내리는 비를 피하지 못하고 서 있는 나에게 다가온 여성은 쇼핑하러 마트에 들어오던 길이였다. 호의에 대한 나의 진심에 의문이 가는지 그래도 안정이 안된 듯, 내가 뒷걸음질하여 마트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여 서 있는데, 비가 그치지..

돌 같은 사람의 생각

춘삼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안개 자욱한 서해안의 밤공기 아직은 차다. 인간 백세의 시대라 하니 그래도 좀 더 살아볼 만한 세상인데, 코로나 19가 발목을 잡고 오도 가도 못하게 하고 있으니 어디 살맛이 나야지. 늙은이가 목숨을 내 걸고 숨통이라도 크게 쉬어 볼 요량으로 출문(出門)한 곳이 서해안 태안반도 일대이다. 안면도의 아일랜드 리솜에 여장을 풀고 북쪽 천리포수목원을 첫발로 해안 도로를 따라 넓고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쪽 끝 원산도까지 발걸음을 옮겨 봤다. 천리포 수목원은 사계절 꽃과 세계의 수많은 수목이 집결되어 있어서 내가 자주 들리던 곳인데 아직 이르나 그래도 새싹의 돋음을 보기 위해 들렸다. 아름다운 해안의 경치와 더불어 서해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시원스레 산책하기에도 ..

천사 가는 날

사람이 나서 가는 건 참으로 한 순간이더라 홀로 서기로 시작해서 다시 홀로서기가 되어 저 세상에 가는 쪽 노을빛만 바라보면서 행장도 내려놓고 인연도 나를 떠난다면 눈물이 아니 날까 보냐 나를 떠나는 날 하늘나라 가는 날 봄비는 촉촉이 내렸고 새 생명의 돋움발은 이렇게 살포시 백일(白日)이 불사신(不死身)으로 내려오는 날 모진 바람 헤치고 하늘을 향해 달려가 여린 나뭇가지 되었네 감싸 안을 햇살은 시린 가슴 가득 안갯속을 헤맨다오. 천사 이시어! 이 모든 세상의 허구를 감내하고 부디 편안하소서, 영원하소서!

나도 한마디

원두막 삼 년 놓으면 외삼촌도 몰라본다- _원두막을 지키는 일을 계속하면 인심을 잃게 되어 죽은 뒤에 조상하러 오는 사람도 없어진다는 뜻으로, 직업상 특성으로 사람들 속에서 인심을 잃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누군가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세상과 나, 부부 관계, 부모 자식 관계, 친구 관계, 동료 관계, 사제 관계,... 등 참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살게 됩니다. 누구나 1인 다역을 하는 셈 이지요. 모든 관계가 원활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고, 또 나의 가치관에 따라 관계의 비중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떤 관계에 무게를 두게 되나요? 물론 대부분 가족이 큰 자리를 차지하지요.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오히려 가깝기에 가공되지 않은 날 ..

설날의 산책

2021년 신축년(辛丑)의 설날이 지났다. 참으로 소중한 연휴 설날이 코로나 19에 묻혀 어처구니없게 사라진 기분이다. 2월 12일 설날은, 그 곱던 때때옷 한복 구경도 못하고 오갈 수 없는 고향 방문도 끊긴채 퇴색해 버린 명절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설날 아침의 하늘은 햇살을 좀 가리기는 했어도 온화한 기운으로 지구를 돌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무상의 세월이 아니기에, 이 시간의 공간에도 존재하는 무엇을 확인하기위해서는 좋은 기회일 것 같아 문밖으로 나가기로 하고, 인천의 자유공원, 차이나타운과 송도신도시를 향해 떠났다. 역시 그곳에서도 세시 풍습의 동태나 유원지의 특수는 찾아 볼 수 없고 모든 거리는 한산하여 명절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벼운 마음 만큼이나 공간도 여유가 있고 자유로..

4 천 원으로 추억 만들기

절후상으로 옛날 50 60년대 같으면 추수를 끝내고 김장도 마쳐, 월동준비를 해 놓고 농한기라 해서 따뜻한 안방에서 군것질이나 하며 지낼 때이다. 논두렁 산등성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 행운을 점치며, 지금처럼 노상에서 미끄러질까 봐 걱정하지 않고 길조로 받아들여 눈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타며 즐겁게 보냈다. 그러다가 매서운 엄동설한으로 강추위가 계속되면 가족들은 방 안에서 굼불을 때고 누워 군것질이나 하며 오순도순 긴 밤을 지새웠다. 지금의 인스턴트 식품과 커피의 물결 속에서도 그때 먹던 그 음식 맛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은 그 음식 속엔 옛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쌀로 만든 대표 음료 식혜가 있는데 굳이 커피 등 콜라 주스만 마셔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