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02

이해인 수녀의 시

10월 엽서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테니 알아서 가져 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날

좋은 시 2022.11.06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 종 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가져온 글

좋은 시 2021.02.10

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이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 이해인 누가 날 더러 청춘이 바람이냐고 묻거든 나, 그렇타고 말 하리니... 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냐고 묻거든 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 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 청춘도 한 번 왔다 가고 아니오며 인생 또한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으니 이 어찌 바람아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 오늘 내몸에 안긴 겨울 바람도 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 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 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 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 무량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스쳐 가는 바람앞에 머물지 못하며 못난 인생도 저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 진대..... 어느 날 세상 스쳐가다가 또 그 어느 날 홀..

좋은 시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