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포에서 줄포에서 이상국 동해(東海)에서 조반을 먹고 줄포(茁浦)에 오니 아직 해가 남았다 나라라는 게 고작 이 정도라면 나도 왕(王)이나 한 번 해볼걸 큰 영(嶺) 하나만 넘어도 안 살아본 세상이 있고 해 질 때 눈물나는 바다가 있는데 나는 너무 동쪽에서만 살았구나 해마다 패독산(敗毒散) 몇 .. 좋은 시 2014.10.04
노을처럼 노을처럼 이휴래 석양을 바라며 갯가에 서면 나 저토록 토실한 노을이 되고 싶다 해풍에 살찌우고 파도를 일구다 이젠 아픈 세월까지 보듬은 누이처럼 나도 저렇게 붉게 미소 짓고 싶다 서운해 눈물 그렁이던 마음마저 불어가는 한 줌 바람으로 날리고 하늘 품에 안긴 수줍은 꽃이 되고 싶다 좋은 시 2014.09.24
유민탄(流民歎) 流民歎(유민의 노래) 어무적(魚無迹)/ 자 潛夫, 호 浪仙 /연산군대 활동, 蒼生難蒼生難(창생난창생난) 백성들 어렵구나, 백성들 어렵구나. 年貧爾無食(연빈이무식) 흉년이 들었는데 너희들 먹을 것 없구나. 我有濟爾心(아유제이심) 나에게 너희를 구제할 마음이 있건만 而無濟爾力(이무제.. 좋은 시 2014.05.25
별꽃 별꽃 -성영희 나 오늘 하루 꽃으로 살고 싶네. 어둑한 지하 셋방 어린 오누이의 머리맡에 개나리로 피고 싶네 25시 감자탕 집 설거지하는 엄마는 짓눌린 어깨 주무르다 쪽문으로 난 하늘을 보네 괜찮아요, 괜찮아요, 동쪽 하늘에 몰아 뜬 별 반짝반짝 웃으며 젖은 손 잡아주네 저 별들 모조리 빌려다가 깜깜한 골목에 뿌려놓을 순 없을까 나, 그 길가 울타리 꽃으로 펴서 퇴근하는 엄마의 바람막이 되고 싶네. 나의 다실 좋은 시 2014.04.15
물을 끓이며 물을 끓이며 심수향 물 한 주전자 끓인다 치치치 엄엄엄 음음음 제 혀를 깨물며 물이 익어가는 소리 들린다 비등점을 향해 내지른 비명이 주전자 가득 끓어 넘칠 것 같은데 그립다 보고싶다 사랑한다 그런 말이 먼저 익는다 하늘 아래 맑은 물이 끓을 때 사람의 마음과 함께 익어가는 맑.. 좋은 시 2013.12.09
가을비 내리고 가을비 내리고 /김병렬 이 가을 그대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어깨 위에 내리면 나의 외로움 속절없이 피다 지는 갈대가 되나니 그대 사추(思椎)의 나래 접고 내 곁에 누우면 나의 그리움은 불그레 노을로 타나니 추적추적 내 우수의 이마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금시 강물로 되어 한 척 종이배로 가리니 나의 노래는 꿈에 젖으며 그리움에 젖으며 샛노란 은행잎 한장 내 기억의 샛강 따라 그대 곁을 찾아가리라 좋은 시 2013.10.26
그리움 그리움 노란 비늘을 털어내는 거리 한 복판에서 뒹구는 바람을 줍다가 빈가지 끝에 실려 혼자서 앓고 있는 가을을 보았습니다 보아도 떠나지 못하는 당신처럼 미련하게 좋은 시 201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