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물을 끓이며

서로도아 2013. 12. 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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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끓이며

                                         심수향

 

물 한 주전자 끓인다

치치치 엄엄엄 음음음

제 혀를  깨물며

물이 익어가는 소리 들린다

비등점을 향해 내지른 비명이

주전자 가득 끓어 넘칠 것 같은데

그립다 보고싶다 사랑한다

그런 말이 먼저 익는다

하늘 아래 맑은 물이 끓을 때

사람의 마음과 함께 익어가는

맑은 말부터 익는다

 

 

어느 지하철역에 쓰인 심수향 시인의 시 한 편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주전자를 끓이는 일부터 시작한다.

하루에 섭취할 수분의 공급 준비이고 식후  커피를 위해서다.

평소 주의력만 키우던 그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는 무심했다.

부글부글 물이 끓기 전에 맑은 물에 맑은 마음이 함께하는 맑은

말부터 익는다는 리듬과 하모니가 있는 시인의 감성이 새로운

언어로 다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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