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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끓이며
심수향
물 한 주전자 끓인다
치치치 엄엄엄 음음음
제 혀를 깨물며
물이 익어가는 소리 들린다
비등점을 향해 내지른 비명이
주전자 가득 끓어 넘칠 것 같은데
그립다 보고싶다 사랑한다
그런 말이 먼저 익는다
하늘 아래 맑은 물이 끓을 때
사람의 마음과 함께 익어가는
맑은 말부터 익는다
어느 지하철역에 쓰인 심수향 시인의 시 한 편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주전자를 끓이는 일부터 시작한다.
하루에 섭취할 수분의 공급 준비이고 식후 커피를 위해서다.
평소 주의력만 키우던 그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는 무심했다.
부글부글 물이 끓기 전에 맑은 물에 맑은 마음이 함께하는 맑은
말부터 익는다는 리듬과 하모니가 있는 시인의 감성이 새로운
언어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