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유민탄(流民歎)

서로도아 2014. 5. 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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流民歎(유민의 노래)

                           어무적(魚無迹)/ 자 潛夫,  호 浪仙  /연산군대 활동,

 

蒼生難蒼生難(창생난창생난)         백성들 어렵구나, 백성들 어렵구나.

年貧爾無食(연빈이무식)               흉년이 들었는데 너희들 먹을 것 없구나.

我有濟爾心(아유제이심)               나에게 너희를 구제할 마음이 있건만

而無濟爾力(이무제이력)               너희를 구제할 힘이 없구나.

蒼生苦蒼生苦(창생고창생고)         백성들 고달파라 백성들 고달파라,

天寒爾無衾(천안이무금)               날이 찬데도 너희들 입을 것 없구나.

彼有濟爾力(피유제이력)               저들에게 너희를 구할 힘이 있건만

而無濟爾心(이무제이심)               너희를 구할 마음이 없구나.

願回小人腹(원회소인복)               내 바라는 것, 소인의 배를 뒤집어

暫爲君子慮(잠위군자려)               잠시 군자의 마음으로 바꾸고,

暫借君子耳(잠차군자이)               잠시 군자의 귀를 빌려다가

試聽小民語(시청소민어)               백성의 말을 듣게 하는 것.

小民有語君不知(소민유어군부지)    백성은 할 말이 있어도 임금은 알지 못해

今歲蒼生皆失所(금세창생개실소)    올해 백성들 모두 집을 잃어 버렸네.

北闕雖下憂民詔(북궐수하우민조)    대궐에서 백성을 근심하는 조칙을 내려도

州縣傳看一虛紙(주현전간일허지)    고을로 전해지면 한 장의 빈 종이뿐.

        特遣京官問民瘼(특견경관문민막)    특별히 서울 관리 보내 고통을 물어 보려고

馹騎日馳三百里(일기일치삼백리)    천리마로 매일 삼백 리를 달리지만

吾民無力出門限(오민무력출문한)    우리 백성 문지방 나설 힘조차 없으니

何暇面陳心內思(하기면진심내사)    어찌 마음에 둔 생각을 직접 말하랴?

縱使一郡一京官(종사일군일경관)    한 군에 서울 관리 한 명씩 둔다 해도

京官無耳民無口(경관무이민무구)    서울 관리 귀가 없고 백성은 입이 없으니

        不如喚起汲淮陽(불여환기급회양)    선정베푼 급암(汲黯)을 살려 일으켜서

未死孑遺猶可救(미사혈유유가구)    살아남은 고아라도 구하는 게 낫겠네.

 

해설

백성을 구제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구제할 능력이 없고,  구제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구제할 마음이 없다. 그러하니 제 구복만을 채우고자 하는 소인을 변화시켜 백성들의

의견을 기꺼이 듣고자 하는 귀를 달아주고 싶다. 구중궁궐의 임금에게 백성의 참상을

알게 하는 것이 목민관의 임무라 하지만, 임금이 알아보았자 소용이 없으니,  각 고을

에 내려진 임금의 교지가 빽빽하게 백성을 구휼하고자 하는 뜻을  적어놓았지만 이를

실천하는 목민관이 없으니 빈 종이나 다름 없다 하였다. 또 암행어사를 파견하고 아예

상주시켜보았자, 백성위에 군림하는 양반이 백성의 말을 들을 리 없으니, 전설적인 목

민관 급암(汲黯)을 다시 살려서 채 죽지 못한 사람이나  구제하는 것이 낫겠다고  통렬

하게 풍자하였다.

허균은 이 시를

《국조지산》에 선발하고 시의 기교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목민관의 거울이나 숫돌로 삼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였고《성수시화》에서는  조선 최고의 고시라고 칭송 하였다.

 

☞너무나도 닮은 과거와 동시대적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천민이 읊은 한 수를 

시대적 요청에 의하여 〈한국한시감상〉에서  뽑아 옮겼다.

 

汲黯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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