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청산가자 작자 미상 나비야 청산 가자 벌 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날 저물면 꽃잎에 쉬어가자 꽃잎이 푸대접을 하거들랑 나무 밑에 쉬어가자 나무도 푸대접하면 풀잎에서 쉬어가자 나비야 청산가자 나하고 청산 가자 가다가 해 저물면 고목에 쉬어가자 고목이 싫다하고 뿌리치면 달과 별을 병풍삼고 풀잎을 자리 삼아 찬 이슬에 자고 가자 좋은 시 2011.01.09
갈대 갈대 / 산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좋은 시 2011.01.06
가는 길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좋은 시 2010.12.30
목계장터 목계장터/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나 서울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뒷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좋은 시 2010.12.17
辛夕汀 詩 난초잎에 어둠이 나릴 때 / 辛夕汀 난초잎에 어둠이 나릴 때 그때 나는 노을이 흔들리는 언덕에 앉아 있었다 별들은 이구석 저구석에서 칭어리는 어린 것을 달래는 어머니 처럼 나를 달래는 이야길 열심히 속삭이고 있는 것을 나는 들었다 수묵색 난초들도 파아란 이끼 사이로 꽃대를 올리면서 나와 .. 좋은 시 2010.11.20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좋은 시 2010.11.11
산 산 /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녁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지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뎃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 처럼 날아서 틈만 남겨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굴 속에서.. 좋은 시 2010.09.28
정상에 까지 정상에 까지 / 돌샘 이길옥 세상 시름 다 모아 곱게 쌌다 불만도 넣고 불신도 넣고 허욕에 물든 시커먼 속내도 넣었다 가파를 수록 어깨는 내려 앉고 발걸음은 천근이다 발목을 잡는 자갈 무더기에다 잎새 나풀거리는 가지의 훼방에다 보따리 살짝 풀어 시름 한줌 꺼내 준다 잡목사이를 빠져나온 허리 .. 좋은 시 201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