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저 붉은 노을 하늘 화선지는 내 마음을 알까 마르고 닳지 않는 硯海위에서 커다란 무지개 다리 발판삼아 너훌너훌 筆舞를 할 수 있는 내 마음을 초가삼간 터를 닦고 주저앉아 밭고랑 줄을 잡아 궁체로 씨를 뿌려 판본체로 찍어 놓고 금문에 소전에 대전에 쌈을 하고 근례비와 북.. 좋은 시 2010.08.07
여름날 갑자기 내린 소낙비 여름날 갑자기 내린 소낙비 / 용혜원 하늘비 난데없이 먹구름이 마구 몰려들어 머리에 머리를 맞대더니 성이 났나 보다 골이 터지게 싸우는 듯이 천둥 번개가 사납게 치더니 흠씬 두들겨 맞아 울화가 치밀었는지 울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신이 나도록 울기를 시작했다 한참 울고 나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는지 먹구름 사이에 생긋 웃듯이 한 줄기 햇살이 비춰온다 좋은 시 2010.07.26
안김빚 안김빚 기암이와 절벽이가 푸른 바닷길로 걸어 내려와 빚을 갚으라 한다 사랑 얘기를 나누기 전부터 이미 내 눈과 내 가슴에 포옥 반겨 주었으니 그 안김빚을 어서 갚으라 보챈다 어떻게 갚느냐 물었더니 둘이 마주보고 장난스레 웃으며 그대가 늘 그랬듯이 두팔을 활짝 벌리고 꼬옥 안아주라 한다 그.. 좋은 시 2010.06.16
한폭 그림 속에 같혀 살기엔 한폭 그림 속에 같혀 살기엔 / 김진엽 한폭 그림 속에 같혀 살기엔 너무나 자유로운 너 걸고 있던 목걸이 풀어 내 목에 걸어주고 떠난지 일억 몇 천년 벼랑속에 묻힌 우리 사랑 천정 높은 집으로 옮겨 놓고 날마다 구름같이 몰려드는 사람들 기다리다 낡은 내 신발 낡음낡음한 폐선위에 아무렇게나 펄.. 좋은 시 2010.06.09
아침의 향기 아침의 향기 /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 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구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 좋은 시 2010.05.27
바람의 말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치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좋은 시 2010.05.22
마중물 마중물 / 조용순 바삭거리며 타는 목마름으로 허공에 눈길이 깊어진다는 그대 가슴에 내 작은 가슴 열어 조금 고여 있는 물을 부어 주었더니 그대, 저 깊은 곳 어디에서 맑고 시원한 물을 콸콸콸 쏟아내며 달려오고 있으니 갈바람 살짝 묻어나는 새벽길에서 그대를 마중하며 오늘 살아 있다는 시간이 .. 좋은 시 201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