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02

여름날 갑자기 내린 소낙비

여름날 갑자기 내린 소낙비 / 용혜원 하늘비 난데없이 먹구름이 마구 몰려들어 머리에 머리를 맞대더니 성이 났나 보다 골이 터지게 싸우는 듯이 천둥 번개가 사납게 치더니 흠씬 두들겨 맞아 울화가 치밀었는지 울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신이 나도록 울기를 시작했다 한참 울고 나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는지 먹구름 사이에 생긋 웃듯이 한 줄기 햇살이 비춰온다

좋은 시 2010.07.26

바람의 말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치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좋은 시 201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