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바람의 말

서로도아 2010. 5. 22. 10:00
728x90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치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것들 좀 봐라  (0) 2010.06.08
아침의 향기  (0) 2010.05.27
마중물  (0) 2010.05.20
복숭아 곷  (0) 2010.05.13
먼 훗날  (0)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