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02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그런게 아니었나 봅니다 / 平田 여름 시계는 늘여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바람 잔잔한 한여름 오후 나무가지도 더위에 축늘어 옴짝하지 않고 떠돌던 흰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 함을 멈추고 있기에 여름 시계도 늘어져서 가지 아니할 줄 알았습니다. 9월은 멀리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두송이 피고 지지마는 철을 아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물결의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기에 9월은 저 멀리서 천천이 올 줄만 알았습니다. 산넘고 물건너 가고 또 가봐야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눈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여름 파도소리 인줄 알았더니 그것이 가을이 오는 소리였나 봅니다. 가을은 미리 가을색으로 마구 칠해놓고 그 길따라 천천이 오는 줄만 알았더니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푸르름이 ..

좋은 시 2012.09.05

어미 곰처럼

어미곰처럼/ 이어령 시집 중에서 어미 곰은 어린것이 두 살쯤 되면 새끼를 데리고 먼 숲으로 간다고 해요. 눈여겨보아두었던 산 딸기밭. 어린 곰은 산딸기에 눈이 팔려서 어미 곰을 잊고 그틈을 타서 어미 곰은 애지중지 침 발라 키우던 새끼를 버리고 매정스럽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려요. 발톱이 자라고 이빨이 자라 이제 혼자서 살 아길 힘이 붙으면 혼자 살아가라고 버리고 와요. 새끼 곰을 껴안는 것이 어미 어미 곰 사랑이듯이 새끼 곰 버리는 것도 어미곰 사랑. 불같은 사랑과 얼음장 같은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산딸기 밭을 보아두세요. 아이들이 정신을 팔고 있는 동안 몰래 떠나는 헤어지는 연습도 해두세요. 눈물이 나도 뒤돌아보지 않는. 그게 언제냐고요. 벌써 시작되었어요. 탯줄을 끊을 때부터 걸음마를 ..

좋은 시 201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