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녁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지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뎃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 처럼 날아서 틈만 남겨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굴 속에서도 흙 한 줌 돌 한개 들성 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랠까봐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난다 그럴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데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이 날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 바른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 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여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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