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 저런 생각
젊으나 늙으나 누구나 나이 먹기를 싫어합니다. 그럼 몇 살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보통은 자기가 가장 행복했거나 행복할 수 있다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나이를 꼽을 것입니다.
어린이는 좀 더 어른의 나이를 생각할 거고, 학생들은 지긋지긋한 공부가 끝난 뒤의 나이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좀 더 젊은 날, 젊었을 시절 좋았던 나이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몇 살로 살고 싶은가>란 이 가정법에서 우리가 놓치는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안 늙고 다른 사람들은 늙는다는 사실입니다. 돌발 질문이나 상황에 순간적으로 자기만 보고 타자는 들러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사고의 협소함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이 아닙니까? 백 년 동안 늙지 않고 같은 모습이라면 말입니다.
그래서 남이 걸음걸이가 좋지 않은 나이면, 그 나이에 나의 흔들림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머리에 백발이 나거나, 눈이 침침한 것도, 귀에 손을 대고 가까이 듣으려 하는 것도 슬퍼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입니다.
옛날부터 구전되는 민담이 있습니다. 선유 후부가(仙遊朽斧柯)라고,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란 말입니다.
한 나무꾼이 나무하러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니 길이 점점 넓어 지고 환해지면서 백발노인들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무꾼은 무심코 바둑 구경을 하다가, 아 이제 집에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에 옆에 세워 둔 도낏자루를 집어 들었는데, 도낏자루가 썩어 잡을 수가 없었다. 거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마을로 내려와 보니 마을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그래 지나가는 한 노인을 보고, 자기 이름을 대며 혹시 아느냐고 묻자, 그 노인이 말하길 " 그분은 제 증조부 어른이십니다" 라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생각해 봅시다. 이 나무꾼은 남들보다 안 늙고 오래 살아 즐거웠을까? 다른 사람은 다 늙어, 증 손자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모습이 되어 있는데 자기는 젊어서 좋았을까?
물론 이 설화는 신선사상에 바탕을 둔 전설이긴 하지만 남들은 다 떠났는데 혼자만 오래 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오늘날 좋은 의술에 의해 생명은 연장되어 장수하긴 하여도 결국 삶의 행복과는 먼 사회적 외톨이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남과 같이 늙고 남과 같이 떠날 때 같이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