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통이

미꾸라지

서로도아 2017. 2. 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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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鰍魚)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먹이를 찾기 위하여 얕은 물속에서 바닥을 파헤쳐 흙탕물을 일구는 데서 이르는 말이다. 모기 유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해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내가 어렸을 때의 기억이다. 여름 장마 때가 되면 농수로에 흐르는 빗물에 엄청난 양의 미꾸라지가 밀려와 대소쿠리나 족대로  양동이에 가득 잡아낸다.  삶아서 사육하는 돼지나 닭에게 주면 잘 자라서 가축 먹잇감으로 잡았다.

약을 사용하지 않던 당시에는 논 바닥과 농수로에 붕어 새우 우렁 계 등 먹을거리가 많아 미꾸라지는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게 지금은 시설에서 양식을 하여 나와도 추어탕 요리로 사람의 귀한 보양식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판꾸라지와 법꾸라지가  나왔다.

카자흐스탄의 말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이어, 국제빙상경기연맹의 강릉 피겨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와 동계 아시안게임이 일본 삿포로에서 열려 스릴만점의 쇼트트랙 경기를 만끽 했다. 우리나라 남여 선수들이 쇼트트랙 경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맨 뒤쪽에서 달리다가도 빈틈만 보이면 앞사람을 제치고 빠져나가 우승하는 모습이 꼭 미꾸라지 같아 정말 스릴 있다. 그래서 꽁무니를 따라가도 안심하고 본다.  결국 어느 순간 찰나에 앞으로 치고 나아갈 테니까 걱정 안 하고 본다. 보고 보아도 또 보고 싶다. 인구로 보나 나라의 크기로 보나 거대한 국가와 겨루기란 여간 버거운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강인한 기질적 정신력과 과학적인 피나는 훈련이 거대 강국을 맥 빠지게 하이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래서 체력은 국력이라 했다. 태극기가 계양되고 

세계에 국위를 선양하여 국격을 높이는 이들은 국민 모두가 공대해야 할  빙판의 아름다운 미꾸라지 영웅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토양이 산성화 돼서 인지 높은 집에서 법꾸라지가 무더기로 태어났다. 최순실국정농단에 놀아난 이들이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간  법꾸라지 말이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려운 판에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력을 움츠려 놓아 나라가 온통 흙탕물이 되었다.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길래  떳떳이 나타나 해명하지 못하고  법망을 피해 다니면서 몸을 숨기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를 기피하고 있는 법꾸라지들을 우리는 보았다. 사실의 저울 앞에 서기를 주저하며 소명을 기피하는 방법과 기회만을 엿보며  법망을 빠져나간 이 미꾸라지는 국가의 물을 흐리게 한 지탄의 미꾸라지다. 양심 앞에서 단죄해야 할 슬픈 법꾸라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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