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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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석(鐘乳石)나의 수석1 2013. 9. 10. 01:06
종유석(鍾乳石) / Surodoa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다. 태국 여행 중 방콕에서 파타야로 이동하다가 휴게소에서 잠시 쉬게 되었다. 휴게소 근처 길가에서 귀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대체로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하는 물건은 과일이나 토산품 등이 전부인데, 여긴 진열대도 없이 20대 아이가 동굴에서 잘라 온 종유석 몇개를 땅 바닥에 진열해 놓고 있다. 우선 궁금하여 이 종유석이 어디서 나온 거냐고 물었다. 미얀마(버마) 에서 갸져왔단다. 그의 말이 신빙성은 없으나 그렇겠다고 응해 줬다. 적성 형태로 보아 종유석을 채취한 것이다. 종유석이란 석회암동굴 안에서 고드름처럼 공중에 매달려 자란 것이고, 석순이란 죽순처럼 바닥에서 위로 자란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채취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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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석나의 수석1 2013. 4. 11. 23:34
단석(段石) 나의 애장석이다. 넉넉한 수반에 앉혀 특별한 대접을 하지 못해 아쉽다. 진오석에 칼로 자른 듯한 단층을 이층으로 형성하고 있어서 자연의 조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완벽하여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몸집이 좀 커서 화분대에 올려 놓고 관상한 지 어언 10년이 다가오나 흠 잡을 데가 없 어 전연 미워해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소중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도 매일 보고 몇 년이 흐르면 싫증이 나건만, 값 비싼 보물도 아니고 생활에 보탬이 되는 소중한 필수품도 아닌데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도 않다. 저 단칼에 잘린 단면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섭리가 신비스럽고 마음이 후련하여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높고 깊고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싹 쓸이 해결하고 난 뒤에, 뒤치다꺼리라곤 아무것도 없을 때의 그 성취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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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울려퍼진 마이크 소리나의 수석1 2013. 4. 3. 00:06
바다에 울려 퍼진 마이크 소리 때는 춘분 3일 전이라.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맞는 온화한 봄기운이다. 아무런 부담 없이 바닷바람이나 쐬자던 그 손전화 음성이 헛소리다. 바람 없는 바닷가가 묘한 기분이다, 썰물 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떠난 차바퀴가 내비게이션에 흥이 나서 요금소도 건너뛰면서서 질주한다. 새로 난 길은 어찌 그렇게도 잘 아는지, 시화 방조제를 지나 선재교와 영흥대교를 건너서 선창가 해장국집에 가서 멈춘다. 봄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 내린다. 바다와 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니다 같은 시간을 다른 공간으로 바꾸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아니다 바다에서 그 무슨 보석이라도 캐내겠다는 건지 새벽잠을 설치며 뛰쳐 나온 용감한 사람들의 자율활동이다. 바닷가에서 쇠뼈다귀 해장국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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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예술나의 수석1 2012. 6. 29. 09:12
자연예술 수석을 누군 그림이라 하고 누군 음악이나 시와 같은 예술이라고 한다. 나는 음악이라 하고 싶다. 노래 속에 멜로디가 있고 노랫말이 있듯이 수석엔 독특한 색깔이 있고, 볼륨이 있고, 질감과 추상적 이야기가 있다 거센 폭풍우에 단련한 개성 있는 볼륨의 축경은 신선한 이야기이고 해묵은 고태는 지친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위안과 만물에 생기를 주는 알듯 모를 듯 알송 달송한 높고 낮은 아름다운 멜로디이다. 수석은 자연이 창조한 조화(造化)의 신비로 가득한 추상적 산물이다. 그 경이로운 예술감과 세월의 향수를 그리는 즐거움은 음악을 앞선다. 경북 함창 영강 産 (2012.6.17 生) 크기: 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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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지 아니한가나의 수석1 2012. 6. 20. 00:02
백년해로 기러기 전달하고 하늘에 대한 맹세로 고천문 낭독했다네. 그럼 혼례가 다 끝난 것 아닌가. 아니네, 신랑이 신부의 원삼을 벗긴 뒤 얼굴을 보아야 성혼이 되는 거야. 얼굴도 안 보고 집에 데려갈 수는 없지. 지금이야 밤낮으로 붙어 지내다가 서로 좋아지면 죽자 살자 하면 되지만, 옛날에는 데려다 놓고도 서먹서먹한 게 정들자면 해묵어야 했네. 그런데 함창댁! 그 땐 왜 그렇게 수줍어했어? 강 속에서 멱감고 있을 때 말이야, 날 첨 만났을 때 못난 촌색시처럼 푸른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엎드려 있었잖아. 내가 접근하여 미소를 짓자, 그때서야 반갑게 예쁜 얼굴로 마음을 주더라.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그래서 고천문 낭독까지 오래가지 않았어. 함창댁 참 좋겠네, 날마다 쳐다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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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눈물자국나의 수석1 2012. 6. 1. 22:08
개구리의 눈물자국 나는 개구리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불거진 눈 자국으로 보아 얼마나 서러운지 알만하다 넌들 살아가기에 구구한 사연이 없겠느냐마는 종족에 대한 아슴한 그리움이 아니겠느냐 둥지는 뭉개지고 종족의 보존을 위협하는 인간의 무력을 한탄하며 말이다 강사업 한답시고 여울을 죄다 파 헤쳤으니 서럽지 않고 배기겠느냐 아쉽지만 이렇게 서글픈 만남인 줄 알았다면 싱그러운 여름날에도 단풍잎 붉은 가을날에도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날에도 오늘처럼 꽃피는 봄날에도 돌밭을 거닐진 않았을 것이다. 고개 숙여야 할 인간들인가 보다 영강 産 ( 2012.5.20 生) 크기: 17.12.11 돌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