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석1 197

바다에 울려퍼진 마이크 소리

바다에 울려 퍼진 마이크 소리 때는 춘분 3일 전이라.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맞는 온화한 봄기운이다. 아무런 부담 없이 바닷바람이나 쐬자던 그 손전화 음성이 헛소리다. 바람 없는 바닷가가 묘한 기분이다, 썰물 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떠난 차바퀴가 내비게이션에 흥이 나서 요금소도 건너뛰면서서 질주한다. 새로 난 길은 어찌 그렇게도 잘 아는지, 시화 방조제를 지나 선재교와 영흥대교를 건너서 선창가 해장국집에 가서 멈춘다. 봄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 내린다. 바다와 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니다 같은 시간을 다른 공간으로 바꾸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아니다 바다에서 그 무슨 보석이라도 캐내겠다는 건지 새벽잠을 설치며 뛰쳐 나온 용감한 사람들의 자율활동이다. 바닷가에서 쇠뼈다귀 해장국을 먹..

나의 수석1 2013.04.03

자연예술

자연예술 수석을 누군 그림이라 하고 누군 음악이나 시와 같은 예술이라고 한다. 나는 음악이라 하고 싶다. 노래 속에 멜로디가 있고 노랫말이 있듯이 수석엔 독특한 색깔이 있고, 볼륨이 있고, 질감과 추상적 이야기가 있다 거센 폭풍우에 단련한 개성 있는 볼륨의 축경은 신선한 이야기이고 해묵은 고태는 지친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위안과 만물에 생기를 주는 알듯 모를 듯 알송 달송한 높고 낮은 아름다운 멜로디이다. 수석은 자연이 창조한 조화(造化)의 신비로 가득한 추상적 산물이다. 그 경이로운 예술감과 세월의 향수를 그리는 즐거움은 음악을 앞선다. 경북 함창 영강 産 (2012.6.17 生) 크기: 18.12.9

나의 수석1 2012.06.29

날마다 좋지 아니한가

백년해로 기러기 전달하고 하늘에 대한 맹세로 고천문 낭독했다네. 그럼 혼례가 다 끝난 것 아닌가. 아니네, 신랑이 신부의 원삼을 벗긴 뒤 얼굴을 보아야 성혼이 되는 거야. 얼굴도 안 보고 집에 데려갈 수는 없지. 지금이야 밤낮으로 붙어 지내다가 서로 좋아지면 죽자 살자 하면 되지만, 옛날에는 데려다 놓고도 서먹서먹한 게 정들자면 해묵어야 했네. 그런데 함창댁! 그 땐 왜 그렇게 수줍어했어? 강 속에서 멱감고 있을 때 말이야, 날 첨 만났을 때 못난 촌색시처럼 푸른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엎드려 있었잖아. 내가 접근하여 미소를 짓자, 그때서야 반갑게 예쁜 얼굴로 마음을 주더라.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그래서 고천문 낭독까지 오래가지 않았어. 함창댁 참 좋겠네, 날마다 쳐다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의 수석1 2012.06.20

개구리의 눈물자국

개구리의 눈물자국 나는 개구리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불거진 눈 자국으로 보아 얼마나 서러운지 알만하다 넌들 살아가기에 구구한 사연이 없겠느냐마는 종족에 대한 아슴한 그리움이 아니겠느냐 둥지는 뭉개지고 종족의 보존을 위협하는 인간의 무력을 한탄하며 말이다 강사업 한답시고 여울을 죄다 파 헤쳤으니 서럽지 않고 배기겠느냐 아쉽지만 이렇게 서글픈 만남인 줄 알았다면 싱그러운 여름날에도 단풍잎 붉은 가을날에도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날에도 오늘처럼 꽃피는 봄날에도 돌밭을 거닐진 않았을 것이다. 고개 숙여야 할 인간들인가 보다 영강 産 ( 2012.5.20 生) 크기: 17.12.11 돌의 노래

나의 수석1 2012.06.01

숲을 품은 산

숲을 품은 산 햇빛이 반짝이고 공 열하는 시간시간 구멍을 내어 이제 낯 설지 않은 먼 대지까지 비행하는 바람(望)의 행보 주저 없이 짙푸른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재롱떠는 강물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열기를 뿜는 입김으로 달구면 저만치 백로도 긴 다리를 한 발 빼고 서서 요놈이 어리바리 넋을 잃고 영강의 조연으로 등장한다 숲을 품은 산 선택의 순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남몰래 터뜨리는 웃음이었다 모진 세월이 얼을 일으키고 핏줄과 때깔을 입혔나 보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홀로 견뎌야 했던 영혼 투성이 짧은 인연을 들어 집에 가자고 할 때 이름 모를 물새와 뻐꾸기 소리의 충동을 마다하고 소리 없이 따라나선 숲을 품은 산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경북 함창 영강 産 (2012.5.20 生) 크기: 22.12..

나의 수석1 2012.05.29

욕망의 재현

욕망의 재현 "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연속 사진(시간의 사진)의 대표작가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 미국, 1932~)이 한 말이다. 사진 속의 사실적 기록이 아닌 잠재되어 있는 표현의 가능성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예술이란 이처럼 잠깐의 흐름, 정지된 그 대상에서 드러나지 않은 함축된 무한한 의미를 발견 하는 것이다. 비록 강에서 굴러온 돌 역시 수석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아무리 분석해 보아도 돌에 불 과하다. 그러나 탐석자는 수석을 취할 때에 돌멩이라는 짧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내면 에 감추어져 심화 잠재된 초현실적 독자성을 발견하고 공감을 일으켜 선택하는 것이다. 거기엔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갖춘 불가사의한 마음의 세계가 있고 , 우리 안에 ..

나의 수석1 2012.03.28

천석고황(泉石膏肓)

천석고황(泉石膏肓) 나에게 내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있는 내일이 아니다. 그 내일은 맑다. 미련 없는 오늘을 보내고 빈 마음에 새로움을 채울 수 있는 기대되는 맑은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은 부담 없이 늘 여유롭다. 월동을 하는 동안 처음 시점으로부터 좀 멀어지는 것이 있지 않나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취미생활의 맨 끝이라는 탐석 활동이 있다. 날이 풀리자 그놈의 천석고황(泉石膏肓)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꽃샘추위 속 진눈깨비 예보지만 석맥을 찾을 방도 앞에선 문제가 되질 않는다. 지금까지 내 팔다리를 단단히 붙들어잡고 놓아주질 않던 동장군이 살그머니 손을 놓는다. 가슴을 전율시키는 그런 하나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요, 침묵의 세월이란 상실의 기록이나..

나의 수석1 201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