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석1

바다에 울려퍼진 마이크 소리

서로도아 2013. 4.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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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울려 퍼진 마이크 소리

 

   때는 춘분 3일 전이라.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맞는 온화한 봄기운이다. 아무런 부담 없이

바닷바람이나 쐬자던 그 손전화 음성이 헛소리다.  바람 없는 바닷가가 묘한 기분이다, 썰

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떠난 차바퀴가  내비게이션에 흥이 나서 요금소도 건너뛰면서서

질주한다. 새로 난 길은 어찌 그렇게도 잘 아는지, 시화 방조제를 지나 선재교와  영흥대교를

건너서 선창가 해장국집에 가서 멈춘다. 봄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 내린다. 바다와 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다. 아니다 같은 시간을 다른 공간으로 바꾸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아니다 바다에서 그 무슨 보석이라도 캐내겠다는 건지 새벽잠을 설치며 뛰쳐 나온

용감한 사람들의 자율활동이다.

 

 

 

 

  

 

바닷가에서 쇠뼈다귀 해장국을 먹자니 아이러니하다. 공복을 채우고 영흥도 서쪽 산비탈을

오르며 해안으로 향한다.  섬마을의 변태도 놀랍지만,  서해 낙조 조망권에 빽빽하게 들어선  

해변의 펜션이  자연을 훼손한 듯하여 눈에 거슬린다.  

 

 

   아직 출렁대는 바닷물 위로 농무는 자욱하게 깔려 있고 멀리 보이는 십리포 해수욕장 위로

방풍림 소사나무 집단이 아득하다. 파도는 밀었다 쓸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썰물 가까이에

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진한 갯내음을 풍긴다.  잠깐 사이에  물속에  잠겼던 갯바위가 날

카로운 고개를 내밀고  모습을 드러내자  온화한 햇볕이 드나들면서 습기를 훔쳐준다. 

 

 

 

 

 

 

                                                                                   차상식님 부부

 

   이 바윗덩이가 갈매기들의 안식처요 지상낙원이다. 웬만한 사람의 몸체만 한 갈매기들이 저

마다 꺄욱거리고 공중묘기를 하며 사랑싸움을 하는지 온갖 재기를 다 보여준다.  이런 광경은

흥분 없인 못 보아주겠다. 썰물은 저만치 물러나 있고 이제 갯벌 위로 다가서는 사람들이 하나

눈에 띈다. 바다의 교향시다.

 

 

 

 

   물길 가까이 어망에서 생계를 걷어 올리는 사람. 뻘속을 뒤져 조개를 캐는 사람,   굴 따는

사람, 그리고  돌을 캐는 사람, 갯벌과 갯바위에 펼쳐진 한 폭의 동양화다.  이 넓고  무한한

지평에 사람의 존재는 있으나 마나다. 티끌만도 못하고 가소롭다. 평화스러운 정적이 나의 존

를 망각의 세계로 이끌고 간다.  세상만사 일체유심조라 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

지어내는 것임에 틀림 없다.

 

 

   강렬한 무위자연의 힘에 빨려 들어 어떠한 감정도 녹일 듯한 각각의 무심 삼매경에 도달한 

대낮,

   "거기 나가세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당장 나가세요." 갑자기 바다를 향해 확성기 소리가 

울린다. 마을방송  소리보다 더 강렬한 음성이다. 그 평화로운 바다의 정적이 파열하는 순간, 

한 가지에 몰두하고 있던  나의 집중력도 산산이 부서진다. 방심을 향해 날카롭게 끼어든  난

데없는마이크 음성, 이게 무슨 소리인가.  누가 어디서 바다를 감시하는 걸까?  누구에게 하는

소리일까?   

 

 

                         

             부서진 바위가  썰물과 밀물이 반복하면서 갯바위를 이루고 그곳에 굴을 덕지덕지 붙여 놨다.

갯벌이 있는 곳에 어장도 있다. 모두가 바닷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다. 그런데 어획을 위해서는  

예전과는 달리 더 멀리 어장을 설치하여야 하고  굴도 바위에 양식을 하고 있다 한다. 그러니

외지인들이 보기엔 양식장인 줄 모르고 접근하여 굴을 따는 사람도 있을 법, 

    굴을 채취하지 않는  우리에게 향하는  방송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었다. 

   정오가 되니 갯벌에 아지랑이가 뿌옇게 피어오르고 있지만 삼매경에 빠진 보물을 캐는 이들은

선계를 드나들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  있었다.    

 

 

                                                         탐석 요석 김상필

 

 

             

 

                                                            탐석 요석 김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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