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석1

천석고황(泉石膏肓)

서로도아 2012. 3. 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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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석고황(泉石膏肓)

 

나에게 내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있는 내일이 아니다. 그 내일은 맑다.  미련 없는 오늘을 보내고 빈 마음에 새로움을 채울 수 있는 기대되는 맑은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은 부담 없이 늘 여유롭다.

 

월동을 하는 동안  처음 시점으로부터 좀 멀어지는 것이 있지 않나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취미생활의 맨 끝이라는 탐석 활동이 있다. 날이 풀리자 그놈의 천석고황(泉石膏肓)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꽃샘추위 속 진눈깨비 예보지만 석맥을 찾을 방도 앞에선 문제가 되질 않는다. 지금까지 내 팔다리를 단단히 붙들어잡고 놓아주질 않던 동장군이 살그머니 손을 놓는다. 가슴을 전율시키는 그런 하나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요, 침묵의 세월이란  상실의 기록이나 깨어 볼 요량으로 그렇게 2012년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열병처럼 들뜬 어떤 극적인 사랑이라기 보다  자연에서 숙성시킨 깊이 있는 내면의  서정적인 낭만을 지금 이 순간까지 잃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고, 그리고 하나도 잊지 않을 것이다.

 

한산한 시골 장터, 경북 함창에서의  아침 골뱅이 국이 그랬고  울창한 마른 갈대밭을 헤치고 영강(潁江)에 뛰어드니 한가운데로 흘러가는 강물의 유유함이 그랬다. 이제 이 세상에는 나의 고요를 깨뜨릴, 나의 일념을 방해할 그 어떤 바람도, 그 어떤 음원도 머물지 않는다. 이런 여유만으로 모든 게 충분하다.   다만 이 순간 이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건 오로지 봄볕에 올라오는 새싹처럼 유난히 싱그럽고 아름다운 자연의 이치를 담은 수석이라는 이름의 돌덩이 하나이다.  그는 오랫동안 내 마음을 가만히 움켜쥐고 있을 것이다.

 

 영강 産 (2012.3.18 生)       크기: 1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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