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길 왔을까. 대천역은 장항선의 길목이다. 나 어렸을 때부터 장항선은 군산에서 서울을 가는 유일한 완행열차의 기차 길이었다. 지금도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군산을 경유 익산까지 다니며 한가한 농촌도시를 왕래한다. 온양온천을 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섯는데 천안역까지 급행으로 전동차를 타고 가서 내렸다. 온양온천 가는 전동차 보다 먼저 장항선인 익산행 새마을호가 다가온다. 그 옛날에 다니던 그 길이 그리워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 새마을호에 옮겨 탔다. 입석표라도 좋다. 입석표로 출발했으나 곧 자리가 많이 비어 편안하게 앉아 갔다. 달리는 차창너머로 모내기를 끝낸 농촌의 널따란 들판을 바라보며 초록빛으로 가득한 여름산을 보고 듣고 느낀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