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47

고령이 된 쪽박

고령이 된 쪽박 이 치료에 척추수술까지 받았다 일도 많이 했다 뜨거운 물, 찬 물 가리지 않고 주인님 의도대로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나는 이 집에 단돈 1000원에 팔려와 12년째 일을 하고 있다 주인님의 성미를 알아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움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일을 잘 한다며 자꾸만 사역하였다 몸에 더러운 때라도 묻으면 목욕을 시키는 건 일상이고 심하면 수세미질 까지도 당했는데 이때는 피부가 얼얼하였다 요즘 신세대들도 많지만 주인님은 오직 나만을 더 사랑한다 이제 기력이 다 하여서 인지 이가 빠지고 척추 몇 마디가 망가졌다 그런데 주인님은 참 훌륭한 의사님이시다 썩은 이는 땜질해주고, 철사 고정술로 척추까지 수술하여 주었으니 이만하면 살 것 같다 나 얼마의 여생이 남았는지..

문예 2009.06.19

여강탐석기

探石記 艸宇(초우) 김 상 필 丁亥年 첫 탐석이다. 설렘 탓일까, 4시에 잠이 깨었다. 칠흑의 새벽 공기, 겨울답지 않은 기온이라지만 방한복 아니면 견딜 수가 없다. 여주 개군면의 신내해장국, 소주까지 겨 드리니 감칠맛이다. 9시경에 차는 대신면 보통리로 진입, 내양리 맞은편의 한강 뚝 방에 섰다. 전투에 임하듯 장비를 갖추고 각자 飛散하여 大河를 안는다. 살얼음 밑으로 차갑게 흐르는 한강물을 헤치고 자갈 섬으로 건넜다. 물속 탐석부터 시작이다. 장화 속 냉기가 뼈 속을 타고 올라온다. 장갑속의 찬 손가락을 체온으로 녹여보나 얼음장 같다. 그런데 어쩌랴, 이미 마음먹은 돌이란 놈을 만나야 하는 것을.... 누워서만 기어 오던 햇살이 어느새 서서 물속으로 내리꽂는다. 흙 이끼를 뒤 집어 쓰고 물장구치는 놈..

문예 2008.10.22

다뉴브강(도나우강)의 잔물결

다뉴브강의 잔물결 정리 요석(樂石) 김 상 필 2007년 여름방학 기간 동안 나는 딸애 가족들과 더불어 10여 일 간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유럽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다뉴브강 하면 나는 까마득한 옛날 초등학교 시절의 학예회를 잊을 수가 없다. 해방된 다음 해인 1946년 초등학교 5학년 때에 교내 학예회가 있었는데 우리 반 학생들은 ‘다뉴브강’이란 노래를 합창을 하였다. 당시에는 이 다뉴브강이 어느 나라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관통하고 있는 다뉴브강 붉은 노을은 달빛을 가리고 도하 강변에 나부껴 있는 곳 흐르는 물결 꽃 바다 이루고 지저귀는 새 여기가 다늅강 어기여차 배를 저어 달그림자 깨우치며 은파 연월 일엽편주 둥실 떠나간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가사..

문예 2008.10.22

인생과 예술

자연은 절대로 우리들을 속이지 않는다 우리들을 속이는 자는 언제나 우리들이다 人 生 과 藝 術 요석(樂石) 人間은 文化란 태반 위에서 藝術이란 힘을 빌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화는 우리의 삶을 어루만지고 일깨우며 우리의 의식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 요석재(樂石齋)란 공간으로 여러분을 招待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요석재에는 壽石과 音樂, 美術 그리고 書畵등 모든 인생을 아름답게 꾸미는 自然要素 들이 모여 있습니다. 낮은 울림으로 흐르는 잔잔한 音響은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채우며 복잡한 환경에 마비된 영혼을 어루만집니다. 주변에 座列한 自然物인 壽石은 항상 공복감을 느끼는 빈 마음을 채워 줍니다. 백색의 화선지 위에서 遊泳하는 細動의 筆髮은 藝를 갖추어 墨香을 품어 냅니다. 귀엣말로..

문예 2008.10.22

천상의 언어

天上의 言語 /樂石 나는 太初에 피를 나눈 적 없는 무리들과 한 몸으로 태어나 곁에 머무는 바람처럼 외롭지 않았다 그럼 요절난 肉身과 사납게 갈기진 체면은 무엇인가? 다양한 감정을 품은 自然의 攝理는 가만두지 안 했다 완강히 버티던 본질 없는 무리들을 천 길 絶壁에서 사심 없이 찍어 내렸다 가슴을 후벼서라도 실핏줄 숨구멍을 뚫어야 했고 순응하는 세력들만 飼育하여 세월의 눈금을 새겨야 했다 戊子年 봄 무두질하던 억겁의 세월이 무심치 않던 즈음 드디어 宇宙보다 크고 넓은 입을 열어 天上의 言語로 생명 값을 이야기한다 살갑게 몸을 푼 自然物은 天然 그대로 말을 했다 풍류를 즐기는 詩人 墨客 畵工들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원 평창 대상리 産 ( 2008.4.20 生) 크기 :32*20*18

문예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