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47

풍어

豊魚 요석(樂石) 해변에 살던 어렸을 때의 추억이다. 조기떼가 몰려왔다는 소문에 온 동네가 발칵 뒤집 혔다. 물때가 밤 10시란다. 물때란 바닷물이 6시간 간격으로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는데, 썰물 때 어장에 나가 고기를 잡는 시각을 말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이 저녁이 되자 바다로 향한다. 어린 나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꼴망태기 하나 메고 아버지 의 뒤를 따랐다. 어장까지는 둑에서 갯벌로 2km 남짓 들어가야 한다. 당시의 어장은 죽방렴(竹防簾) 형태의 원시어장이다. 참나무 말목을 물길이 있는 갯벌 위에 V자 형태로 듬성듬성 박아놓고 거기에 대나무 발을 쳐, V자 끝에는 들어온 고기가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이도록 어방(魚房)을 만들어 놓은 형태이다. 서해바다는 대사리 때가 되면 간만의..

문예 2010.10.20

심술장이

심술쟁이 추석 연휴 첫날 무슨 심사 부리느라 서울 인천지역 한 복판에 물폭탄을 질렀는가 장 보러 가던 사람 날벼락 맞고 자동차도 물에 빠져 오도 가도 못 하였네 보름달은 숨길지언정 조상 은덕 잊지 말고 훼방일랑 말아야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마음속의 풍요함도 시름만 쌓였으니 한가위 추석명절에 이 무슨 심술이란 말인가 추석이 지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푸른 높은 하늘 양털구름 띄워놓고 멍든 가슴속에 소리 없이 들어와 시치미 떼고 앉는다 2010.9.23 (추석 다은 날)의 청명 하늘

문예 2010.09.23

형설지공

형설지공 (螢雪之功) 여름에는 반딧불로, 겨울에는 창가에 앉은 눈(雪) 빛으로 애써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는 뜻으로 고학(苦學)을 이르는 말이다. 진(晉)나라 때 차윤(車胤)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이 가난해서 밤이 되면 등불을 켜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여름에는 연낭(練囊)이라는, 흰 명주자루에 수십 마리가 되는 반딧불을 넣어 불 대신 쓰고 낮에는 물론 밤에도 정신을 잃고 독서했다고 한다. 그 보람이 있어서 그는 마침내 상서랑( 尙書郞)이라는 벼슬에 나아갈 수가 있었다. 이 직책은 천자를 가까이서 모시고 조직 등을 취급하는 벼슬이다. 오늘날에는 이와 같은 현상이 있을 수 없는 문명의 혜택속에 있으나 역시 학문의 길은 어려움을 이겨가며 밤에 낮을 잇는다는 자세가 요청된다는 마음가짐은 반드시 필요하겠으나, ..

문예 201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