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석1 197

슬픈 깃발

슬픈 깃발 사대강 깃발이 직선으로 서 있다 슬픈 깃발이 강바람에 나부낀다 자기 것을 내어 놓으라 한다 강풀 숲에서 생활하던 물새들 보석처럼 반짝이는 검은 강돌들 다 어디로 내몰릴 텐가 억 수만 년 갈고닦은 進化의 벽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숨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응시한다 모래톱 자갈밭 억새풀 터전을 다 빼앗아 생태의 律動을 유린한다 주말이면 즐겨 찾던 수석인은 어찌하라고 저 슬픈 깃발이 다 내려놓고 떠나라 한다 강바닥을 헤쳐서 호수가 되면 잃어버린 그 넋은 어데서 찾나 여주 가산리 (2009.11.15) 크기 : 16*13*8

나의 수석1 2009.11.20

희망봉

희망봉 하늘은 땅을 안고 땅은 하늘을 보며 길과 가로수는 한점 하늘로 섰다 깃발 없는 무지개 일곱 색으로 물들고 빳빳한 땅덩이를 쟁기질 한다 바람만 불어도 휘둘리는 진기 없는 야생화 복돌이 언제 오나, 복순이 어서 오라고 허허 망망 큰 마당을 희망봉이 굽어본다 과거와 현재가 미래의 빈 공간으로 이끌려 간다 충북 탄금대 남한강 産(1985.3.10 生) 크기: 20*10*15

나의 수석1 2009.06.14

하얀 구름

하얀 구름 푸르게 사는 날 뜬구름 한 대롱 퍼올려 펄럭이는 세월 앞에 걸어 놓으면 행군하던 버람과 연인이 되리 고삐 풀려 떠 다니는 풍선처럼 세속에서 벗어나 유영도 하며 누구의 말도 무심한 자유가 되리 흩어지고 뭉치는 천변의 마법사 오직 간절한 내 부름에 답하는지 한낮의 정수리를 맴돌고 있다 서울 한강 미사리 産 ( 1991.4.14 生 ) 크기 : 15*18*12

나의 수석1 2009.06.03

烽火山

봉화산 구름도 떠났어야 할 이 새벽에 꼭대기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절벽에 이르러 표정도 없더라 잡초만 쳐다보고 우울한 검은 하늘 휘젓던 부엉이도 따뜻한 습지로 떠나고 눈멀고 귀먹은 산양들은 소나기 울음만 울고 있더라 삶과 죽음이 다 한 조각이고, 자연이라도 당당하게 이 절벽 위에 설 자가 누구인가 이 쓸쓸한 지구촌 한구석에서라도 곡예사가 될 걸 그랬더라 여주 사격장 産 ( 2009.4.19 生 ) 크기 : 14*15*9

나의 수석1 2009.05.26

매화

梅花 망각의 세월이 스치는 날엔 내가 살던 오뉴월 고향이 있었지 겨우내 허허롭던 들판에는 봄날의 자운영꽃이 만발하였고 벌 나비도 함께 어울리는 장관이었어 황소가 논갈이에 겨를이 없을 때 엄마 찾는 송아지 소리 귓가를 맴돌았고 우물가 아낙들의 웃음소리는 텅 빈 가슴에 마음의 정 가득 담아주고 푸짐하게 거저 얻는 동네 뉴스였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원두막 할아버지 흙내음 매화 향만 달고 맛있다 여주 내양리 産 ( 1997.10.8 生 ) 크기 : 21*9*15

나의 수석1 2009.05.12

원앙부부

원 앙 부 부 원앙 (자) 다들 우리를 부러워하는데 앞 동네 비익조(比翼鳥)는 금실이 더 좋다고 소문이 났어 외출할 때면 몸을 꼭 붙이고 다닌다나 봐 원앙 (웅) 게네들은 날개가 하나씩밖에 없어서 혼자서는 날지 못하거든 그래서 둘이 한 몸으로 살아가는 금실을 두고 이태백이도 노래하지 않았어? 붙어사는 연리지 (連理枝) 도 그렇지 뿌리는 달라도 둥치에서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 마냥 다정하게 살아가거든 원앙(자) 아무리 세태가 변한다 해도 당신 마음 흔들리면 안 돼요? 원앙(웅) 그럼, 가문의 명예를 지켜야지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남 한강 産 (1985.3.9 生) 크기 : 11*9*8

나의 수석1 2009.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