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 65

꽃무릇

꽃무릇 (분당 중앙공원 꽃무릇 길에서) 이 세상 어디에도 굴하지 마라. 생존의 권리는 고르게 존재한다 바탕 환경이 달라도 때가 있다 생명의 힘은 존재의 가치를 키우고 어두운 길 무거운 삶을 태양이 거두나니 한가위 달이 비추면 비로소 거리로 나가 보련다 아름다운 핑크색 옷을 걸치고. 꽃무릇 밭 점령군 꽃무릇이 나오기 앞서 상사화가 보름 정도 앞서 핀다 밤새 태풍의 모진 비바람 속에서 키를 키운 흙투성이의 여린 꽃무릇 9월 18일 이면 만개하여 뜨겁게 달굴 것 같다.

뜨락 2022.09.08

태풍이 지나간 뒤

2022.9.5 강력한 태풍 힌남노로 일주일 전부터 그의 진로를 놓고 공포에 떨었다. 역대 최대의 풍속과 바람의 세기가 가장 큰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방향을 틀고 상륙한다는 보도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3일 전부터 흐리고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힌남노는 5일 자정 무렵 제주 성산포 동쪽 40km 해상을 통과한 뒤 6일 오전 4시 50분에 경남 거제로 상륙했다. 2시간 20분 만인 아침 7시 10분에 울산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갔다. 상륙 당시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55.9 헥토파스칼로 강도 측면에서 사라와 매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은 초속 40m. 힌남노는 울산 포항에 많은 비와 바람이 인명과 침수피해를 주었다. 2022.9.6 태풍에 영향이 많지 않은 경인지역은 밤새..

뜨락 2022.09.07

수신제가(修身齊家)

修身齊家(수신제가) 治國平天下(치국평천하) 먼저 자기 몸을 바르게 가다듬은 후 , 가정을 엄숙히 돌보고, 그 후 나라를 다스리며 , 그런 다음 천하를 경영하라는 위정자의 기본 철학이다. 정가의 책상에 넣어 두고 식사 때마다 꺼내 써먹는 문구이다. 즉 나라를 경영하고 천하를 평정하려는 자는 우선 자신부터 심기를 갈고 닦아 수양을 많이 하여, 가정을 원만하게 이루고 정갈하게 깨끗이 함으로써 나아가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세상도 평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판을 보아하니 모두 권력욕애만 사로잡혀있지 누가 수신제가(修身齊家)한 사람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지역별, 진영별, 편 가르기만 있을 뿐이지 수신 제가는 예외가 됐다. 수신제修身齊家) 안 해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만 하겠다는 것..

뜨락 2022.03.16

설날의 우울한 현상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 말이다. 1일 확진자가 만 칠천 명대가 넘었으니 초 긴장하여야 할 판에 생계에 지장이 있는 우리네 민속들은 아우성이 하늘을 찌른다. 내일모레가 설인데 이 어찌하여야 옳단 말인가. 2년 여의 끈질긴 괴질에 시달려온 우리는 이제 중증 환자가 수백 명이고 사망자가 1일 수십 명에 이르러도 생계의 면전에서는 생명과도 바꿀 수 있다는 비범함마저 보이는 듯하다.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요 뾰족한 수단과 방법도 없다. 그저 각자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잘못하여 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정복되지 않은 세계적인 유행병 속에서 며칠 후면 가까운 이웃 중국에서는 제24회 동계올림픽을 연다고 선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인의 현지 참관자가 없는 데서 치러..

뜨락 2022.01.30

신인상에 비친 단상

꿈을 꾼다고 이루는 걸까. 70줄에서 꿈을 이루어 좋아하는 이런 친구의 기쁨을 함께 하자고 했다 늦은 시간 귀가하여 테이블 위에 놓인 전보를 뜯어보니 수필과 비평사의 신인상 당선 소식이었다 한다. 그 얼마나 기뻤을까. 노년에 갈망하던 문학의 꿈을 이룬 김흥호 작가. 보람이야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작품명 "도시의 섬"은 그 소재가 아주 평범 하면서도 우리네 이웃 간의 소통 단절에서 오는 삶의 메마름을 콕 집어내 이끌어주는 것 같아 신선하다. "아파트의 창문을 닫는 순간 내 거주지는 고도(高蹈)한 섬이 되고 만다"로 이끌고 가 이러한 현실사회에서 소통 가능한 섬을 모색한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모았으리라고 짐작이 가고, 친구의 실천하는 아름다운 평소의 사회생활상이 돋보여 그 빛이 발휘된 것이라 생각한다...

뜨락 2021.12.14

생각대로

이 세상 어디에도 미련이 없었는지 참으로 무정하게 가버리더구먼 날씨 (日氏) 말이야, 반갑다 싶더니 어느 날 인사도 없이 영하의 세계로 몸체를 감추었어 그것도 야간 도주해버렸나 봐, 본 사람이 없대. 새벽엔 창문을 노크하는 자가 있어서 그 앤 줄 알았지, 일어나 보니 아니야 세월(歲月)이가 임인년(壬寅年) 이를 데리고 왔어, 흑 호랑이니, 잘 키우라고 하더구먼. 덥석 받아 놓았지, 참 귀엽다 했지. 저런 저런 내가 뭘 알아야지 (지구 밖을 나가보지 못했으니까)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데(영생하는 분에게는 죄송) 아니 한 년(年)이란 자기 생명을 그만큼 갉아먹는 거라는구먼, 그래 세상이 뭐 자기 의지대로만 되는 게 없기는 하거든. 그런데 액운은 요년이 막아줄 것 같아, 잘해보..

뜨락 2021.11.29

넋이 나간 집과 넋 빠진 사람

봄기운을 타고 나간 곳이 남한산성 계곡. 이제 산속의 초목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는지 회색 외투를 벗으려고 눈을 비비고 있다. 행정상으론 하남시에 속한 어느 초가 맛집을 찾았다. 뭐 SBS에서 다녀갔다고? 울타리도, 간판도, 문패도 없는 계곡 끝자락 좁은 시골길에서 넋이 나간 초가집 하나 찾았다, 그런데 이 초가집은 겉은 말할 것도 없고 심장까지 속이 썩어 너덜너덜 내려앉아 흉가에 다름 아니고 혼자서는 접근도 못할 것 같이 으스스하다. 이 곳이 음식점 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어럽쇼. 마당에 차가 들어갈 수가 없네. 만원사례. 미안하오나 저 아래 가서 주차하고 오라 한다. 가만 보니 외제차도 많이 와 있다. 아 식사하는 곳이 다른 곳으로 안내되어 있네. 그럼 이 초가집은 전시용인가? 얼마 전까지 영업을 이 ..

뜨락 2021.03.15

촌음(寸陰)의 존재

할 일 없어서가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하고많은 날 무슨 시간 타령인가 하겠지만 초침(秒針)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심장 박동이 뛰고 있는 것과 같다. 이 초침이 나의 삶의 소요(所要)를 확인시켜주고 나라는 생명체의 존재감(存在感)을 인식시켜준다. 나는 이렇게 주어진 촌음의 공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흘러 새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절실하다. 하루 해는 정말 짧다. 마음먹은 하루일이 무엇에 방해를 받게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초조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일주일이 번개처럼 가버린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헛바퀴 돌린 컷처럼 허전한 마음으로 뒤돌아 보며 달력을 찢는다. 일 년이 다 간 세밑에는 "사는 게 별거드냐" 하고 푸념으로 문을 닫는다. 못다 한 미련들은 구겨서..

뜨락 2020.12.29

낡지 않는 바퀴

人生無常(인생무상) 용케도 잘 굴러가는 것이 있으니 흐림도 맑음도 삭풍도 비바람도 가리지 않고 어김없이 오가는 계절. 해를 거듭하다 보면 일러 세월이라 한다. 엿가락처럼 느려서 보면 시대라 한다. 하늘이 두 쪼각나고 집 천정이 무너져도 이 수레바퀴는 개의치 않고 흘러간다. 세월이 흘러 한 시대가 가기까지 몇개의 계절이 오갈까. 그것도 맑은 정신으로 똑바로 느끼는 계절이. 오랜 장마의 수해를 견더내고 피었어요 수 많은 잎이 동시 다발로 피어 군무를 펼치네요 샛노란 잎이 연록과 어울려 온화한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 수많은 가지에 무수한 잎을 애지 중지 키워 생산하고 어떻게 이별을 할까요 이렇게 화려한 색상으로 나목을 준비하고 있는데 색이 너무 고와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언덕에 심은 벚나무가 언덕 아래로 축 늘어..

뜨락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