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디에도 미련이 없었는지 참으로 무정하게 가버리더구먼 날씨 (日氏) 말이야, 반갑다 싶더니 어느 날 인사도 없이 영하의 세계로 몸체를 감추었어 그것도 야간 도주해버렸나 봐, 본 사람이 없대. 새벽엔 창문을 노크하는 자가 있어서 그 앤 줄 알았지, 일어나 보니 아니야 세월(歲月)이가 임인년(壬寅年) 이를 데리고 왔어, 흑 호랑이니, 잘 키우라고 하더구먼. 덥석 받아 놓았지, 참 귀엽다 했지. 저런 저런 내가 뭘 알아야지 (지구 밖을 나가보지 못했으니까)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데(영생하는 분에게는 죄송) 아니 한 년(年)이란 자기 생명을 그만큼 갉아먹는 거라는구먼, 그래 세상이 뭐 자기 의지대로만 되는 게 없기는 하거든. 그런데 액운은 요년이 막아줄 것 같아, 잘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