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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日書懷(추일서회) / 진화
富貴也悲秋(부귀야비추) 부귀 누려도 가을은 슬프다는데
孤吟況弊裘(고음황폐구) 하물며 헌옷걸친 외로운 시인임에랴
閱多人寵辱(열다인총욕) 사람들 겪으며 사랑받음도욕됨도 많았지
問幾日歸休(문기일귀휴) 어느 날에야 이몸 돌아가 편히 쉬랴
落葉埋金井(낙엽매금정) 낙엽 쌓여 우물을 메꿔 버리 듯
聊將倦遊興(요장권유흥) 벼슬살이 놀던 흥취도 이제 싫증나
欹枕夢滄洲(의침몽창주) 벼개에 기대어 내 시골살이 꿈꾸네
1200년 문과에 급제한 고려 후기의 문신 진화(陳 澕)의 시이며 가을의 감회를 읊은 시이다.
시속의 부귀영화도 계절이 바뀌면 풍경이 바뀌 듯 영욕의 교체 속에 있다는 것,
그래서 낙엽 무성하고 다듬이 소리 고고한 이 계절에는 부귀를 쫒기보다는 오히려
전원으로 돌아가 천성대로 유유자적하는 삶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의 감정과 가을날 시골의 정경이 부드럽고 애틋하게 그려지고 있다.
2013.1. 樂石 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