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나의 애기(愛機)
멈췄던 나의 애기(愛機)
아직까지 큰 혹한 없이 소한 대한을 지났다. 올 겨울은 이제 갈아입을 옷을 들고 입춘의 문턱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을 바라보고있다.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웬지 부팅속도가 느리고 화면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귀찮은 광고까지 올라오며 신경을 건드린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찌꺼기가 쌓이고 바이러스가 침범하여 성능을 떨어뜨리므로 자주 청소도 해주고 약도 써서 병균을 박멸하여 항상 깨끗하고 가볍게 해야함이 정석이다.
도무지 못 참겠다. 그래서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균을 잡는데 몇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잠시 뿐이다.
아예 불을 질러 다 태워버리고 새집을 짓는게 나을 것 같은 심정이다.
그동안 윈도우7에서부터 10에 이르기까지 업그레이드하여 6여년간 무난하게 잘 사용하였는데 이제 컴퓨터가 늙어서(하드웨어)인가? 아니면 속병에 걸려서(소프트웨어)인가?. 어느쪽인지 고민을 했다.
사양을 살펴보니 아직 퇴역당할 놈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고치기로 방향을 선회하여 몸속에 잡균들로 가득찬 윈도우를 제거하고 새 윈도우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새롭게 설치하고 보니 아뿔사! 그 동안 나의 귀중한 자료들은 잘 보존돼 있는데 아를 가동할 기능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이 모조리 삭제되어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실행이 안된다.
어쩔 수 없이 기 작성된 작품과 새로 설치한 윈도우 10의 기능들을 실행시킬 프로그램들을 추가로 설치해야 했다. 그동안 익숙해진 웹브라우저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익스플로러를 비롯하여 한컴워드,사진, 영상, 음악, 플레이어 등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런데 내가 작성한 동영상의 확장자가 워낙 다양한데다가 사용하던 기존 소프트웨어 자료를 찾으려고 하니 구 버전으로 이미 단종되었거나 유료화되어 다운 받을 수가 없다. 나의 손은 여기에서 멈췄다.
부득이 전문가의 손을 빌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원격조정으로 설치하고 업그레이드 하였다.. 이제 컴퓨터가 새로 태어 났다. 음성이 맑고 활기찬 청년답게 빠르게 잘 돌아 더욱 사랑스럽다.
지금 나는 헤드폰으로 <타이타닉> 영화를 DVD로 감상 하면서 선명한 영상과 원음에 가까운 배경음악에 빠져 있다.
그동안 새 버전의 소프트웨어들이 나와서 속성을 변화시키고 있었는데 한정된 작업 범위내에서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던 나로서는 필요이상의 것이었을까? 멈춰 섰던 것은 애기(愛機)가 아니라 나의 머리가 아니었나 싶어 안타갑게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사람도 이와 같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세월은 저만치 가 있고 시대에 적응 못하면 환부가 나타난다. 환부를 치료할 의사의 진단을 받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