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에 나타난 애석 정신
인간의 가장 친숙한 벗은 자연이다. 인간사회의 그 어떤 번뇌와 희로애락에도 흉금 없이 대화
할 수 있고, 또 모든 것을 감싸주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자연 앞에 서면 물욕과 증오심이 사라지고, 안식과 여유를 얻게 된다.
자연의 이런 점에 이끌려 옛 선량들은 산수 경개에 묻혀 마음의 티끌을 씻고 풍류를 즐겼다. 이
처럼 자연에 귀의하여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했던 그들의 끝없는 욕망은 생활의 도구이자 신
앙의 대상이었던 자연을 마침내 예술로 승화시켰다.
남농 수석관 소장
실제로, 우리의 전통 예술 작품에는 그 소재가 자연 아닌 것이 드물다. 시인은 산수를 방랑 하
며 자연의 심원한 세계와 풍정 미를 예찬했고, 서화가는 유연한 붓놀림으로 산수 진경을 화폭에
담았다.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의 특징은 대개 돌(바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산을 보면서 기암
괴석에 매료되듯이 선인들도 돌을 자연의 주요 요소로 보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조선 후기 회화
에서 다른 소재를 완전히 배재하고 오직 돌만 그렸던 "괴석도"가 한 사조를 이루었던 것도 돌
을 으뜸 요소로 여겼던 그들의 자연관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도구로서 또
신앙의 대상으로서 특수관계를 가져온 돌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夢人 丁學敎 작
물론 옛 작품에 등장하는 돌이 현대적 의미의 섬세한 수석 형태와는 다르다. 우리의 전통 회화
나 서예, 또 우리의 민족성이 부드럽고 완만한 선을 선호했던 것과 돌의 이미지가 부합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딱딱하고 거친 돌이 나무나 풀보다 중심 소재가 된 연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작품 속의 돌은 중심 소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했다. 오랜 풍상에도 의연한 돌은
그림에서 무게감과 안정감을 배가시켰고, 문장에서는 교훈과 감동을 더했다. 옛사람들은 돌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로 보았다. 또한 거친 돌의 외형을 본 것이 아니
라 돌의 내면성을 그렸던 것이다. 결국 심오한 자연의 세계를 이해하고 자연과 합일에 이르기
위해 자연을 함축한 돌을 애완했고, 이 애석 정신을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다. 그들의 자연애와
애석 정신의 바탕이 된 자연사상을 예술세계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surodoa 탐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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