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
올 해는 여름 답지 않은 날씨에 장마가 계속되면서 중복이 다가왔다.
2월부터 창궐한 코로나 19가 소멸되지 않고 있어 삶의 긴장을 잔뜩 조이고 있는 판에 비 피해가 없는 여름 장마를 지니는 것은 이웃 나라들과는 달리 그나마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7월 26일 중복식을 먹으려 가족들과 함께 찾은 곳은 남한산성 맛집으로 유명한 "이로재"란 곳이다.
광주 쪽에서 하남방향으로 가다가 경계지점인 은고개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엄미리 계곡으로 들어간다.
좀 들어가자 이로재라는 간판이 있고 수목원 같은 공간에 자연석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시각효과가 좋은 곳이 나타난다.
또한 주변의 산과 숲에 어울리게 쉼터를 배치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가도록 배려함이랄가.
오히려 그 고마움이 조용한 심상에 파문을 일으킨다.
대문도 문지방도 없는 집안으로 들어서니 남향으로 자리한 이로재라는 낮은 한옥 한 두 채가 연이어 있고, 고가 풍이 나는 좁은 마당과 댓돌이 현대에 찾기 힘든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마당 한가운데엔 화분대를 모아 놓아 100살 된 한옥의 나이를 감싸주기라도 하는 듯, 아니 방문객 들에 대한 예의 바른 인사로 장식한 센스 있는 예술품일 테지 하는 예감은 어떨는지.
예약된 손님으로 전망 좋은 식탁으로 안내받았다.
이제 이로재 음식 이야기 좀 하자.
약선 닭백숙 7만 냥.
각종 각종 약초를 우려낸 육수를 기본 베이스로 음식과 궁합이 맞는 약재 (구기자, 맥문동, 당귀, 황기, 엉성초)를 함께 넣는다. 여기에 전복과 낙지 부추 각종 버섯 밤 은행 등을 골고루 넣고 약선 요리를 완성시킨다네요.
시원한 국물 맛이 일 품이지만 메인인 닭의 부드러움과 쫀득한 육질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약선 오리 수육 6만 냥.
상추나 깻잎으로 소스에 싸 먹도록 수육으로 나오는 그 맛은 너무 부드럽고 살살 녹아 무슨 고기인지 분별하지 못할 정도이다.
사이드에 도토리묵 1만 5천 냥
그리고 닭죽으로 마무리
약식 배불리 먹고 좋은 공기 마음껏 공짜로 마시고 들 풀밭에 앉아 차 마시며 푸른 산 하얀 구름 파란 하늘 바라보니 세상은 참 좋기도 하다.
나에게도 이런 평화, 아니 여유가 언제 있었던가 싶다.
전쟁과 정변이 없는 태평성대의 시대, 모든 국민이 굶주리지 않고 편안한 사회가 지금인데 이걸 모르고 살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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