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가시칠엽수)
가을이면 토실토실하게 익어 떨어지는 밤이 있다. 9월 20일 경이면 밤주머니를 벌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밤나무에는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도 있다나.
너도밤나무는 나무 열매가 밤나무와 다르지만 열매의 맛이 밤과 비슷하고, 잎 모양도 밤나무에 가까워
"그래 너 정도야 밤나무라고 할 수 있지" 라고 남이 인정해 준다고 하고, 반면 나도밤나무는 열매 모양새가 밤 비슷한 것 빼고는 밤나무와 닮은 데라고는 없다 한다. 남들이 밤나무로 봐주지 않는데 자신만 "나도 밤나무야"라고 억지를 부르는 꼴이다.
며칠전 집 앞 공원을 산책하다가 밤알처럼 생긴 크기가 핑퐁만한 열매를 주었다. 무겁고 딱딱하면서 꼭지점도 없는 놈이 윤기를 발산하여 나의 머리를 갸웃거리게 하였다. 나무 열매인가? 주변 나무로 고개를 올려 보았다.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는 물론 씨앗 포자도 발견 할 수 없어서 궁금증만 더했다. 빔과 비슷하여 껍질을 벗겨 보니 굳은 표면이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무겁다.
정체가 밝혀졌다.
알고보니 나도밤나무라고 하는 놈이다. 모양은 매우 비슷하나 밤과는 아무인척관계가 없는, 옷깃도 스치지 않은 마로니에 나무의 열매란다.거기에 독성까지 있다니 밤으로 오해를 하고 먹었다간 큰 일이 날 수 있단다. 잎이 7개라서 칠엽수라고도 부른다.
주로 가로수로 인기 있는 마로니에는 파리의 상제리제 거리가 유명하다 한다. 우리 사는 이곳 공원에도 마로니에 나무가 있는 걸 모르고 있지나 않나 해서 살펴봐야겠다.
1970년대 박건이 불러 히트했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가사가 생생하다.
루루루루 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속에 봄비가 흘러 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루루루루 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그 후 공원에서 5 그루의 마로니에 나무를 찾아냈다.
마로니에는 이렇게 씨앗 주머니 껍질도 남겨 놓고.
한 여름 뽑내던 잎이 꽤 무성하다
나도 밤나무라 우기는 마로니에
나도 밤이라고 우기는 마로니에 알맹이 추가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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