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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蟬脫殼(금선 탈각)
매미가 껍질을 벗다
김상필
모과 탱탱하게 살이 찌고 있는 계절
나무 등골에 앉아
가볍게 메말라진 텅 빈 껍데기
매미의 허물을 보고
애벌레로 태어나 땅 속에서 십년을 살다가
부활처럼 또다시 태어나
십여 일을 지상에서 살다가
죽는 너는
참 가련하다.
십 년의 기다림을 노래하는 거니?
십일의 기쁨을 노래하는 거니?
알이었다가
애벌레였다가
번데기를 찢고 껍데기를 벗어
드디어 날개 돋친 매미가 되어서
득음을 향해 피를 토하는 소리꾼처럼
온몸을 울어울어 삶의 아리아를 부르다
사랑의 아리아를 부르다
한 여름밤의 덧없는 꿈속으로 사라지는
매미야!
깃털 하나 발톱 자국 하나
그대로 두고
해탈한 너의 재주에 깜짝 속았구나
땅 밑에서 십 년을 잠자며
탈각의 꿈을 꾸었으니
이제는 하늘의 소리꾼으로 태어날 만도 하지
아직은 여름인데,
아직은 오지 않은 가을인데,
잎새가 떨어지려면 아직도 한참인데,
너의 고운 목소리 더 듣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