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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각상쟁하사
    한시 2018. 4. 2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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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酒(술을 앞에 두고)

                             -白居易(백거이)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생쟁하사)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전광석화처럼 짧은 삶이거늘,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부유한 대로 가난한 대로 즐거움 있는 법,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입을 벌려 웃지 않는 이 어리석은 자로다.

     

     

        웃으며 살자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칠언절구이다. '대주'라는 제목으로 모두 5수의 시를 남겼는데, 위 작품은 제2수이다. 그는 '낙천(樂天)'이라는 자(字)처럼 낙천적인 삶을  꿈꾸었으며, 호가 '취음선생(醉吟先生' 인 것처럼 술을 마시고 시를 읊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평소 그는 술과 거문고와 시, 이 세가지를 자신의 벗이라고 말했다.

    이 시에서도 시인이 어떻게 낙천적인 삶을 사는지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우주 만물의 공간에서 땅은 달팽이의 뿔에 불과하고, 억만광년의 시간 속에서 인생은 불꽃처럼 짧기만 하다. 그러니 아옹다옹 싸우지 말고 웃고 즐기면서 살자는 이야기이다.

    아주 쉬운 내용의 시지만, 칠언절구의 짧은 시구 속에서 할 이야기는 다 하고 있다. 서로 인상을 쓰고 악다구니를 하며 사는 세상 사람들을 '어리석은 자'로 만들어버리는 기지가 참으로 놀랍다. 그는 술 한 잔 마시며 이 시를 읊음으로써 천하를 다 얻은 듯 인생을 즐기고 있다.

    요즘 세상을 보면 웃음을 잃고 사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시구에 나오는 것처럼 입을 벌려 한 바탕 크게 웃으면 '천하가 다 내 것' 인데도 말이다.

     

    와각지쟁(蝸角之爭): 좁은 세상에서 하찮은 다툼을 벌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장자(莊子>의 <칙양(則暘)>편에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촉씨(觸氏)와 오른쪽 뿔에 사는 만씨(蠻氏) 두 부족이 서로 다툼을 벌이다가 큰 희생을 치렀다는 우화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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