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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밟으며(踏雪)
기온이 영하 10도 까지 뚝 떨어진 오늘 오후 진눈개비가 아닌 폭설이 내렸다.
나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길을 걸으며 발자국 흔적을 냈다.
발자국은 곧 계속 내리는 눈 속으로 묻히었으나 다음과 같은 서산대사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踏雪(답설) / 西山大師 禪詩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에는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不須: 반드시○하지 말자 胡亂: 어찌 어지러이
遂: 답습하다 作: 미치다, 이르다
이 시는 지금 나의 행동 하나 하나가 나의 자식이나 뒤의 사람들에게 그대로 답습될지니
모든 행실에 신중을 기해야 된다는 것으로 누구나 가슴에 항상 간직하고 수행해야 할 시이다.
서산대사의 이 시는 백범 김구선생께서 즐겨 쓰셨다 한다.
요즘 나라의 운명을 걸머진 위정자 들이 하얀 눈밭을 너무나 어지럽혀 놓고 있다. 뒤에 따르는
국민이나 후손들이 어지럽지 않게 똑바로 가도록 이들이 올바른 길을 닦아놓는 것이야말로
급선무가 아닐런지.
2015.2.9 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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