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 분당연묵회원 용문사를 다녀오다
금년 가을의 단풍은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이상기온 현상으로 아름다운 단풍경치를 제대로 볼수가 없음은 물론 사람들의 기동마져 웅크리게 해, 미리 잡아 놓은 하루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아침부터 날씨가 풀리고 바람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우리를 좋은 하루로 안내했다. 한치도 허락치 않는 정해진 시간에 모인 회원들은 특별열차에 몸을 맏기고 마치 방학이라도 맞은 기분으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붉게 변해가는 산야의 화면을 넘기며 단체여행의 즐거움을 십분 맞아들였다. 일찍이 선현들이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라 했으니 아무리 우둔한 사람일망정 온풍에 실려오는 싱그러운 향훈을 마다할 리 만무하며 아무리 무딘 가슴일망정 한 눈 꽉 차오르는 오색의 풍요로움을 외면할 리 만무할 것이다. 가을의 자연색깔은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활력을 가져다준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의 공간에서, 번잡한 사람과 차량들의 혼란한 흐름 속에서, 또한 낭만의 사각지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어쩌면 싱그러운 자연의 의미란 한낱 정서의 차원을 넘어 꼭 필요한 생활력의 문제일런지도 모른다. 가을의 들녁에서 바라본 태양은 붉다 못해 눈부시다. 엷은 녹색 속으로 스며드는 빛은 반짝반짝 붉게 빛난다. 숲은 이제 무거운 옷을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싶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암시를 해준다. 백일하에 드러난 속살 만큼이나 가식이 없고 오만이 없고 위선이 없는 이상의 세계, 이런 자연의 품에 안겨 하루를 소일하는 것이 어찌 헛된 시간을 먹음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현대화 건물양식으로 신축된 용문역의 플랫홈에서 나와, 대기한 버스로 용문사 주차장에 도착하기 까지는 15분 남짓, 벌써 출출하였는지 인심좋은 주막에서 김치 안주에 대포를 한잔씩 안긴다. 냉장된 막걸리가 냉장된 김치안주에 실려 목구멍을 넘자 몸은 '엇 차다!' 한바탕 진저리를 친다.
작년 이맘때 볼 수 있었던 샛노란 은행나무의 가로수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고, 노오란 낙엽은 그 밑 도로에 수북히 차곡차곡 쌓여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있다. 그러나 하늘을 향한 나뭇가지를 보니 가지에 매달린 은행열매가 마치 진득이 처럼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어 이색적인 경관에 눈이 즐거워진다. 계곡물이 마른 오솔길을 따라 용문사에 오르는 길, 이 길에는 단풍도 없고 샛노란 풀잎도 없다. 단풍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아니면 지나 갔는지 색이 보이질 않는다. 며칠간의 영하 기온이 절정에 섰어야 할 모든 붉은 가을색을 앗아가 버렸다. 그윽한 숲길을 지나 용문사에 이르니 천년의 수(壽)를 자랑하며 하늘 위로 푸르게 서 있는 은행나무 한 그루와, 모자를 벗은 대머리통 마냥 밝은 사찰 경내가 훤히 나타나는데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배경 산수가 그나마 단풍으로 물들고 있어서 위안이 됐다.
관곽객이 용문사를 찾는 이유는 유명한 은행나무 때문이다. 수령이 1100년이 넘는다는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62미터이고 둘레가 11.2미터로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나무가 뿜어내는 수분이며 양분을 흡수하기 위하여 1100년 동안 크고 깊은 뿌리를 내리는데만 일념으로 살아왔음을 생각하니 경이로움을 떨칠 수가 없다. 고려시대부터 파란만장한 이조 500년의 역사와 일제, 6.25등 수난사를 바라보며 성장 하였을 것이고 이를 모두 포용하고 있으면서 말을 하지 않는 장구한 역사의 증인으로 우뚝서서, 헛된 지껄임을 하는 시정의 잡배들에게는 금방이라도 호통이 날라 올 것만 같았다.
대웅전 앞에 서자 따뜻한 양지의 햇살은 사찰의 회색벽을 더욱 희게 바르고 하늘이 좀더 내려 앉아 지상의 모든 잡소리를 집어가는 것 같아 안온한 마음을 더해 주었다.
한적한 교외의 저 숲속에도 우리가 사는 것처럼 슬픔과 기쁨이 존재할까?. 자연의 품은 모든 것을 안아주며 감싸준다고 하지 않았든가. 자연은 사람을 위해 언제나 가르침을 주고 포근히 안아주고 마음속의 찌꺼기를 거두어 주고, 인간끼리 부딪치며 입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위로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되씹어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잠시의 휴식을 취한 후 일행은 경쾌한 걸음으로 산사를 뒤로 했다.
예약된 식당으로 안내되어 달콤한 양평쌀막걸리에 황토오리구이 요리로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마쳤다, 특히 신현각 총무의 물심양면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루지 못한 합승석안의 반짝꿈은 다음에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2010.10.28 요석 집필
현대식으로 완공된 용문 역사
용문산 용문사 관문
막걸리가 있던 집
영하의 기온에 초토화 된 은행나무 가로수
좋은 하루를 즐긴 사람들
유치원아들의 소풍도 있고
용문사 용문산 일주문
풀죽은 단풍
단풍은 어디가고 계곡의 물도 없어요
마의태자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1000살 넘은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수명보다 더 살겠다고 한 사람들
솔바람처럼 맑은 마음으로 돌아온 사람들
회장님의 독사진
대웅전 현판
白山
집필자 요석
관음전
요사채
삼성각과 지장전
행자의 步具
건강한 천살의 얼굴
용문사 전통다원
망중한의 스님-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마른 잎은 가고 빈 가지만 남았네
용문산 시구1
용문산 시구2
용문산 시구3
용문산 시구4
용문산 시구5
용문산 시구6
용문산 시구7
제비 가족들
알만 까 놓고 떠나버린 은행 잎
시장하셨죠
은행알이 주렁주렁
누가누가 많이 줍나
초등학교 운동회 때 바구니 터뜨리던 실력으로 던지니 우수수 떨어지는 건 은행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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