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沈默)/한 용 운(卍海,韓 龍 雲.1926.작)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山) 빛을 깨치고 단풍(丹楓)나무 숲을 향(向)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盟誓)는 차디찬 티끌 되어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香氣)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念慮)하고,
경계(警戒)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離別)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離別)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念慮)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제 곡조(曲調)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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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애틋하고 안타까워서 감히 어찌. 정수박이/정수리 1. 머리 위의 숨구멍이 있는 자리. 한용운(1879~1944)/호는 만해.승려 시인 으로 독립운동 참여1919.3.1.독립 선언문 낭독. 위 글은 1926년에 지은 시로. 나라의 주권을 잃음에 님이 떠나을 비유한 시이나 아름답다.
꿈에도 그리던 광복을 일년 앞에두고 1944년6월 29일 입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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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없어요 / 한 용 운
바람도 없는 공중(空中)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梧桐)잎은 누구의 발자취(自取) 입니까
지리한 장마끝에 서풍(西風)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 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수없는 향기(香氣)는 누구의 입김 입니까
근원(根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 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 입니까
연(蓮)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玉)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丹粧)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詩)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燈)불 입니까...?
오동,푸른하늘,향기,시내,저녁 놀,밤은 빼앗긴 들(조국)을 노래함이며
그 뒤에 발 지취,얼굴,입김,노래,시,불은 민족의 혼을 이름이며 일께움이다.
누구는 우리민족을 암시.
끝에 약한 등불은 힘없는 나라를 비유 하지만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고 말함이라.
만해를 승려로만 본다면 위 아래가 다 인간의 번뇌를 암유 한것이나 그렇더라도
아름답다,허나 두 시는 빼앗긴 조국과 그 굴레에서 벗어나려 함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글은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