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 개나리가 겨울 눈에게

서로도아 2010. 3. 19. 00:19
728x90

 

 

 

 

봄 개나리가 겨울 눈에게/백원기


꽃샘추위 무릅쓰고
힘들게 피워낸 노란 꽃잎
잎보다 먼저 샛노랗게 피워
병아리떼 입에 물려
종종 걸음마 가르치려 했는데
이별의 손을 흔들며 무작정 떠나간
겨울눈아! 어쩐 일로 돌아왔나?
야속했던 네가 밉상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겨울잠을 자려 눈을 꼭 감고
돌아올 봄 기다리는 마음
일일이 여삼추일 때
너는 자주 나에게 내려와
하얗게 덮어 추위를 막아 주고
내 손을 꼭 잡으며
나를 보듬어 주었던 기억 지울 순 없다

못 잊어 다가온 너를 보면
안쓰러워지는 내 마음
봄을 몰라 노랗게 피울 줄도 몰랐겠다
너와 나의 만남은
날씨라는 자연 섭리가 아니라
네가 나를 보고 싶어하고
내가 너를 보고 싶어하던
서로의 바램이었으리라

내가 살아갈 봄이었나 싶으면
난데없이 들이닥친 꽃샘추위가
나를 움츠리게 하고 나를 슬프게 한다
나를 포옹하는 겨울 눈아 고맙다
떠났다 다시 돌아온 재회의 기쁨
싸늘한 바람이 맵고 춥다, 겨울 눈아!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시사 (허난설헌 시)  (0) 2010.03.24
秋夜夢  (0) 2010.03.22
마음  (0) 2010.03.18
님의 침묵  (0) 2010.03.17
사모  (0) 201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