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

넋이 나간 집과 넋 빠진 사람

서로도아 2021. 3. 15. 22:40
728x90

 

봄기운을 타고 나간 곳이 남한산성 계곡.

이제 산속의 초목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났는지 회색 외투를 벗으려고 눈을 비비고 있다.

행정상으론 하남시에 속한 어느 초가 맛집을 찾았다. 뭐 SBS에서 다녀갔다고?

 

울타리도, 간판도, 문패도 없는 계곡 끝자락 좁은 시골길에서 넋이 나간 초가집 하나 찾았다, 

그런데  이 초가집은 겉은  말할 것도 없고 심장까지 속이 썩어 너덜너덜 내려앉아 흉가에 다름 아니고 혼자서는 접근도 못할 것 같이 으스스하다. 이 곳이 음식점 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어럽쇼. 마당에 차가 들어갈 수가 없네.  만원사례.  미안하오나 저 아래 가서 주차하고 오라 한다.

가만 보니 외제차도 많이 와 있다.

아 식사하는 곳이 다른 곳으로 안내되어 있네. 그럼 이 초가집은 전시용인가?  얼마 전까지 영업을 이 집에서 했다 하는데. 

 

 

 

 

비가 새어서 지금은 아래 임시 비닐하우스 시설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자갈을 깔고 간이 원탁과 간이 의자가 놓인 식탁에 가족 단위로 옹기종기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마치 한여름 농촌 농부들이 들머리에서 쭈구리고 앉아 밥을 먹는 모습과 비슷하여 농촌 체험장에 온 듯한 기분이다.

 

일단 대기순번을 기다렸다. 그런데 모두 밥 먹는 모양새가 밥 못 얻어먹어 허탈된 사람처럼 맛있게들 먹어 치운다.

뭔가 독특한 음식도 아니고 시골 밥상 그대로 일상식 메뉴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와 이런 밥상을 즐겨먹는 이유가 뭘까.

아마 비행기타고 나가 이런 대접 받았다면 그 비행기 벌~써 엎어졌을 것이다.

 

그래 이것인가?

사라진 옛 것에 대한 그리움 , 향수(鄕愁), 아니면 낭만(浪漫)이란 이름으로 달가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눈 앞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반짝거리는 유리벽, 콘크리트 문명에 대해 상처가 낫을지도 몰라.

이 좁고 외진 한적한 산골길 언덕배기에서 비닐하우스 자갈밭에 평상 펴 놓고 앉아, 고추 찍어 보리밥 콩나물국도 맛있게 먹고 가는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속은 무엇으로 채워졌는지 참으로 분별하기 어렵다.

 

우리도 3인이 배정받은 원탁 의자에 둘러 앉아 추어탕 3인분과 보리굴비 2마리. 잡채며 부침개에 기본 반찬으로 입맛을 적셨다.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아 이것이구나! 이 맛에 사람들이 넋을 빼앗겼구나.

이 누추하고도 흉한 흉체를 더 흉하게 꾸며 놓고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넋이 나간 집이 사람들을 유인하여 넋을 빼 놓고 "시골집"이란 향기로  맛을 내어 넋이 빠지게 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주는 것일까?. 

 

이런 미관을 해치고 위생 환경상 불안을 초래하는 볼썽 사나운 폐가(廢家)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 시골집 한 채. 

오히려 흉물로서의 예술성(Artistry)을 발휘하고 있다 치자. 

 

 

임시 영업장 이라지만 실은 의도적으로 특화 설계한 비닐하우스 음식문화 별장같아 보인다.

 

음식점명: 남한산성 초가집 추어탕.        일부러 장식해 놓은 전 영업장 소품 들.

 

이 집 나이가 300년이라고 , 우물 속엔 추어(미꾸라지)가 살고 있고 이끼는 가져와 부치고, 저 물 바켓통들도 소품으로 배치해 놓은 듯.

 

리얼하게 연출한 속살을 보여주고 그걸 보러 가고.  처마 밑에 걸려 있는 소품들 보세요. 폐가 백화점이지요.

 

유일 기발한 수완?  오히려 섬뜩할 정도로 흉물스러움을 너무 진하게 덧칠했다.

 

 

 

미꾸라지 보관장소로 이용하는 우물

 

폐가 작자 작품(?)일건대 어디에도 말이 없다

 

 

 

비닐하우스 내 식당

 

코로나 때문에 간격을 유지하고 앉아서 주문과 식사.

 

아우스 한편에 이런 장치로 분위기를 조성해 놓기도.

 

하우스 안에 등산용 텐트를 치고  어떤 효과를 노리고 진열해 놓은 소품 같은데....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인상에 비친 단상  (0) 2021.12.14
생각대로  (0) 2021.11.29
촌음(寸陰)의 존재  (0) 2020.12.29
낡지 않는 바퀴  (0) 2020.10.28
기을로 가는 문턱  (0) 2020.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