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어서가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
하고많은 날 무슨 시간 타령인가 하겠지만
초침(秒針)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심장 박동이 뛰고 있는 것과 같다.
이 초침이 나의 삶의 소요(所要)를 확인시켜주고 나라는 생명체의 존재감(存在感)을 인식시켜준다.
나는 이렇게 주어진 촌음의 공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흘러 새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절실하다.
하루 해는 정말 짧다. 마음먹은 하루일이 무엇에 방해를 받게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초조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일주일이 번개처럼 가버린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헛바퀴 돌린 컷처럼 허전한 마음으로 뒤돌아 보며 달력을 찢는다.
일 년이 다 간 세밑에는 "사는 게 별거드냐" 하고 푸념으로 문을 닫는다.
못다 한 미련들은 구겨서 가슴에 묻는다.
어째서가 아니고 어느새 가버리는 시간 , 그 공간을 좀 늘리는 방법도 있으련만,
손실 없는 경제적 효율을 겨냥해보고 실효성을 대입해 보지만 햇빛에 바래가는 몸뚱이가 산뜻해질 리가 없다. 이러니 잠자는 시간까지 아쉽지만 빼앗지 않을 수 없다.
이놈의 초침이 화살 같은 세월 속에 묻혀 이젠 보이지도 않는다.
늙은이 젊은이도 가리지 않고 쉬지도 않고 홀로 돈다.
신축년에는 방해가 되는 것들은 놔버리고 먼저 촌음을 꼭 붙잡아 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소년 이노학난성: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일촌광음 불가경: 한순간의 시간이라도 가벼이 해서는 아니 된다
미각 지당춘초몽: 연못가의 봄풀은 깨지도 안 했는데
계전오엽이 추성: 섬돌(뜰)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을 알리는구나
송나라 학자 -주희(朱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