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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돌아본 세상"의 작가와 나
    좋은 글 2020. 11. 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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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어감이란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밖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그 활동을 내려놓고 문안으로 들어가 점점 칩거의 생활로 들어가게 되면 자연 사람이 그립다.

    이런 때 잊혔던  옛 친구의 목소리는 더욱 반갑다. 나를 잊지 않고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나를 알아볼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연 그는 비록 나이 때문에 약간의 목소리는 변했을지언정 생기발랄한 음성 그대로이다. 얼굴도 어렴풋한 25년 전의 동료, 박두만.

    만나 식사라도 같이하자고 제의한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후 뒤늦게 문단에 데뷔, 많은 여행 수필을 발표하여, 나로선 이미 여러 편을 읽어본 적도 있지만 그는  문장력이 뛰어나 크게 두각을 나타내어 문단에 등단 후  8년간이나 월간"회원 광장"의 편집인으로 활동하였고, 월간문학, 한국 문학인, 문예사조, 대한 문학 등 문단에 여러 편의 여행 수필을 실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과천문인협회 회원이다.

    누구나 저자로부터 저서를 기증받는 일은 가장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로서도 그의 저서 "내가 돌아본 세상" 3권을 기증받고 감격스러웠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책을 받아 든 순간 감격스러운 점은 깊은 신뢰와 두터운 우정을 나누어 주는 그의 신념에서다.

     

    하나의 저서가 나오기까지 과정을 보자. 참으로 많은 노력과 투지와  땀이 배어있는 이 결집을 누구에게 나누어 줄까 하는 결정은 쉽지만은 안 했을 것이다.

    여행 계획에서부터  출발, 현지답사, 자료수집, 기록, 원고 작성, 편집, 출판 준비, 출판, 이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 하나의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저자의 육체적 정신적 지식의 총체가 집약되었다 할 수 있는데, 생각하면 저자의 마음보다 받는 자가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잘 소화하여 저자의 성의에 소홀함이 없도록 함이 도리일 것이다.  

    저자 박두만은 자신의 변처럼 천성적인 역마살이 끼었는지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하여 그동안 20년 간 39회에 걸쳐 70여 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와 "내가 돌아본 세상"이란 여행기를 집필,  책을 3권이나 펴냈다.

    앞으로 지구촌 미답 지역을 더 비춰 4, 5권을  연작할 계획이라 한다. 

     

    작가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행지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흥미진진하고 재치 있고 아름답고 적절한 수식어로 문화의 깊은 면을 잘 묘사하여 지리와 역사 문화에 많은 도움과 지식을 전달한다.

    재미있는 표현 하나를 예를 들면, 폐허 속의 고대 최대 도시 에페수스의 로마 유적지를 찾아갔으나 조각상들이 부서져 석조 파편들이 널브러진 현장을 보고, "역사의 공동묘지"라 하면서 주마간산할 수밖에 없는 딱한 실정을 작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하나하나 붙잡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내력을 캐묻고 싶지만,······"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실컷 미로를 헤매다 이마를 부딪쳐 상처만 입고 나오는 꼴이다"

    "파괴의 신이 어질러 놓고 간 현장은 입을 다물고 2000년 허공의 터널을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자유롭게 소통할 뿐, "...

    이런 재치 있는 비유와 표현의 문장력이 작가의 장점이자 읽는 이의 감칠맛 나는 꿀샘이다. 파괴되어 폐허가 된 원인과 이유를  아무도 현재까지도 설명하지 못함을 비유한 표현이다.

     

    현장의 가이더나 문화해설자 보다도 더 날카롭게 기발한 생각으로 파헤치는 관찰력이 예리하고 섬세하며 상황설명에 대한 비유적 묘사가 신비롭다.  해학적이면서 마치 문화 해설서 같은 이 기행문을 읽고 있는 나로서도 친구인 저자의 재능을 헤아리기엔 아주 멀기만 하다.

    저자는 80세 산수(傘壽)를 눈앞에 둔 노익장 답지 않게 장거리 이동 중에도 피곤함을 접고 거리의 나무 하나, 들녘 풍경, 평원 등 특징적인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내어 독자에게 연결해준다. 

     

    또 다른 이의 독자 평을 들어보자.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저자가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하는 중에 우루무치 박물관에 들려 미라관을 관람한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누란의 미인"이란 미라의 상태를 너무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머리에 깃털을 꽂고 물기 없는 피골이 상접한 젊은 미녀의 이목구비가 너무 또렷했다"고 설명한다.

    "맨질맨질한 얼굴 피부, 가지런한 치아, 고운 눈매, 팔뚝의 근육과 살결까지 그대로, 가녀린 푸리 뎅뎅한 힘줄의 손등과 발등, 하얀 발톱 등."...

    어찌 한낱 관상용 전시물을, 그것도 범인 들은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시신이란 대상물을 그토록 자상히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으니, 그 섬세한 투시력에 전율을 느낀다.라고 평하고 있다.

     

    저자는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가 인생의 로망(Roman)이라 한다. 어느 시간의 바람이 집착을 돌려세울 때까지 더 배우고 익히기 위하여 지구촌의 미답 지역을 밟아 나가리란 대 야망을 품고 실행하고 있다.  친구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항상 함께하여 대망을 이루어 주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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