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비밀통로
김상필
오늘도 어김없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
초대하지 않은 집으로 찾아와
철조망 붙잡고
슬픈 곡조 몇 마디로
붉은 목청 돋워
메마른 늙은이 감성을
풀어 볼 요령이지만
낸들 네 속마음 모를 리 없다 이거야
장맛비 예고해 주려고 왔다는 네 옹색한 변명 아니라도.
내 엊그제 전주콩나물국밥집에서 가평 잣엿 사다 놓은 것은 어떻게 알았으며,
우리 집 베란다에 여름꽃 만발한 건 또 어떻게 알았단 말이냐.
속마음 도둑맞았다 섭섭해하질 말고....
이건 숨겨진 보물처럼 조금은 비밀이라고?
그런데 내가 그리워하는 것만큼
너도 나를 그리워하는 가 보다
내가 따뜻한 위로의 하루가 되듯이
너도 어느 슬픈 응어리가 녹아내린다는 건
이 또한
조물주의 비밀 통로가 아니겠느냐
넹큼 그만 울고 떠나거라
'문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기다리는 마음 (1) | 2023.03.17 |
---|---|
꿀잠 (0) | 2021.01.24 |
여름 밤은 씨줄 날줄로 짠다 (0) | 2020.07.09 |
신사임당 (0) | 2017.08.14 |
노인이 되어서야 (0) | 2017.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