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가부장적 장손 집안의 살림이기도 하고 12 식구가 2 식구로 줄면서 생긴 현상 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안이 넓은 집에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긴요한 기구이다.
그러나 지금은 집안에서 치루는 행사가 많이 줄었고 축소되어 예전에 쓰이던 그릇 식기류들
이 명절 때만 조금 쓰인다. 지금도 안방 노마님은 애지중지 손때를 묻히고 있으나 이제 그 무
장을 해제하고 굴레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건만 선뜻 그 후계자가 나타나질 않아 대물림 하기
란 어려울듯 싶다.
그래서 요즘은 멀리 사라진 옛날의 무겁고 투박하고 큰 스텐 그릇, 질그릇, 가냘픈 유리그릇,
여기저기 흩어져 방치된 식기류들을 정리하였다.
모아놓고 보니 지나간 삶의 굴곡을 담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언저리를 더듬는 것도 같아
버릴 것이 아니고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
망설임 끝에 보관상 짐이 되는 것을 제외하고 평소 사용하는 그릇도 종별로 잘 정돈하니 하
나의 예술품답게 시각효과가 덤으로 생긴다. 그릇 하나하나가 작품 몫을 톡톡히 해낸다.
수석장에 돌을 올려 놓고 감상 하듯이 이 식기류들도 대, 소, 형, 색, 용도에 따라 진열의 위치
와 시각의 평위를 조절하고 배열하니 아름다운 설치예술작품을 보는 듯하여 볼만 하다.
이제 눈 밖에 두었던 기물들을 나의 손 안으로 가져와 옛것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적극 완
상해봄도 괜찮으리라 생각되어 방치하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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