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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륜(天倫)
    문예 2013. 9. 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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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륜(天倫)

     

    아버님 전 상서

     

    금년 추석날은 날씨도 좋고 연휴까지 끼어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추석날 아침 저희 자손들은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햇과일과 곡식으로 정성껏 마련한  제수(祭需, 제사에 쓰이는 먹거리)를 올리오니 비록 박주산채(薄酒山菜, 변변찮은 술과 산 나물)지만 흠향(歆饗, 신명께서 제물을 받아 드심)하시옵소서.

     

    차례상을 물리고 온 가족들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생전에 말씀하신 정과 웃음을 나누며 조상님의 은덕을 기렸으니 천륜(天倫, 자식 된 도리)의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성묘에서 돌아와  지금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이들은 서양판(?) 트럼프 놀이에  푹 빠져있고 어른들은 살아가는 이야기로 폭소가 터집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글이 눈에 뜨이네요.

    2013년 9월 17일 자 동아일보 지상에 최영해 논설위원이 쓴 '채동욱 아버지 前 上書'라는 글인데 인

    터넷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누구는  대한민국 신문사상 최고의 문제작이라고 촌평을 했고, 누구는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수준인 개그적 창작소설이라고도 하고, 아주 웃기고 자빠진 칼럼이니,  문학적 상상력이 유치 찬란한 수준이 자아내는 우스움, 초등학교 5학년 아이까지 정치투쟁의 도구로 이용해 먹는 인성의 잔혹함이 콘트라스트(contrast)를 이룬다는  등 그 반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동에 대한 폭력이요 학대이고 인권유린 행위라고 하여 국제 아동인권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언론에 대한 경고인 듯합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네요.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하여 권력을 창출하고 교체하는 것이 요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자유롭고 공정하고 경쟁이 보장된 선거를 하여야만 민주주의 국가라네요. 그래서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 정부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현 정부에서는 정원의 선거개입을 처벌하려는 절차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행위처럼 검찰과 정권의 불편한 관계가 표출되었다 합니다.

    이런 시기에 유력한 보수신문이 검찰총장인 채 아무개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의혹 보도를 하여 국정원의 선거개입 처벌을 무력화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혼외아들 의혹의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며 검찰총장의 사표 수리를 미룬 채, 법무부는 진상조사에 들어갔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의 진상규명 차원이라 하더라도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하려면 아이나 어머니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져야지 강요되면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유전자 검사로 친자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11살 된 아이의 정서적인 상처나 충격, 출생과 관련하여 인권을 침해하고 학대를 받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발가벗겨 놓고 인권을 유린하면 되느냐고 걱정들입니다. 법에는 누구든 한 사람의 생체정보를 몰래 파악하거나 누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어느 적에 이용할 수도 없으며 강요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대선후보 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한 아기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아이를 데리고 오면 제가 유전자 검사도 다 해 주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멀쩡하게 사는 애를 어디에 있다고 해서 만약에 그 애를 지목해서 누구 자손이니 어쩌니 하면 그 아이와 부모한테는 얼마나 날벼락같은 애기입니까,애기입니까, 그것이야 말로 천륜(天倫)을 끊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바로 아이의 인권문제를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의 보도가 가관입니다. 아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친구들에게까지 출생의 비밀을 물어 게재하는 인권 침해를 하는가 하면 인터넷에 아이 사이 무단으로 유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국제 아동인권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이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엎친 데 덮치기로 동아일보의 한 논설위원이 9월 17일 자 지면에 "창작물"의 형식을 빌어 <조선일보>채 검찰총장 혼외아들이라고 주장하는 11살 채모 군이 미국에서 채 총장에게 보내는 "채동욱 아버님 前 上書"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후끈 달군 이 칼럼은, 발상과 착각의 유치함, 인권유린과 아동학대, 등등 수많은 댓글로 뜨겁게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글 쓴 이는 "이 칼럼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온 아이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멀쩡하게 살아있는 아이를 상대로 이런 천륜을 난도질하는 글을 쓰다니, 이 아이가 자기의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부모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멋대로 휘두른 예리한 붓끝이 참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만큼이나  잔혹합니다.

     

     

    아버님 그동안 세상은 이렇게 변하였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시사뉴스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엔 밝고 명랑한 소식 올리겠습니다. 부디 편히 잠드십시오.

     

     

     

                                                                                       2013년 9월 19일   불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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