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달력을 넘기며

서로도아 2012. 2. 1. 13:59
728x90

 

 

 

 

 

          초 하루를 맞으며

 

          정월 달의 달력을 넘긴다. 나는 한 장의 달력을 넘길 때마다 아쉬움을 느낀다. 무엇인가 일을

          끝내지 못하고 넘기는 듯 한 아쉬움, 지나간 시간이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 그래서 그래서인지 

          지난 달력을 찢어 없애는 것보다 위로 접어 끼워 두기를 나는 좋아한다. 일의 일의 연속성과 

          결과를  반추할 수 있다는 느낌에서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에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 그처럼 많은 걸까? 아니다, 그렇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한겨울의 날씨이다. 밤새 내린 눈이 빙판길을 이루고 지상

          의 모든 것이 새하얀  눈 속에 갇혀 영하의 기온에 떨고 있긴 해도 찬란한 태양  빛은

          양지바른 창문을 뚫고 거실 깊숙이 스며든다.

          나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여린 생명을 싹 틔우는 지화초들의  속잎을 어루만지며 홍

          민의 '고향초'CD를 꺼내 음향을 띄워 본다. 조용하고 안정된 소리가 밝은 공간 속으로 펼쳐

          진다.

          세월은 참 빠르구나. 이러는 사이 또 달력을 뜯는다.

 

          여기에서 원철스님의 노트를 열어보자.

          "이제 인생을 반추해 볼 나이가 되었다. 살아갈 날보다도 살아온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되돌아본 기억은 별로 없다. 철부지이기도 하고 또 늘 해야 할 일이 많

          았던 까닭이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또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사실 별로 손에

          쥔 것이 없다. 하긴 인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지 않았던가. 빈손으로 왔

          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했으니 남는 게 없는 게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은 뭔가

          휑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늘 뭔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또 다른 부채의식이 심연에서 스멀스멀 일어나고 있었다. 아마 모르긴 해

          도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그것도 욕

          심일뿐이다. 살다 보면 이름이 남는 것이지,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닌 탓이다."  

                                                                         -후략- 

 

 

                                             

龍鳳龜鹿(용봉귀록)

 

 

 

 

 

 

 

 

'문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륜(天倫)  (0) 2013.09.21
송구영신(送舊迎新)  (0) 2012.12.27
호칭 유감  (0) 2012.01.06
謹賀新年  (0) 2011.12.31
조강지처(糟糠之妻)  (0) 201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