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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밤
김상필
버릴 것 다 버리고
떠날 것 다 떠나버리는
고목나무 어깨 넘어
달빛 차가운데
그 곱던 열매
하나 둘 흔적 지우려고
따르릉 따르릉 전화를 돌린다
"여기 은혜나무에 매달린 거
한 자루 따 놨으니 겨을밤 깊어지기 전에...."
굽은 허리 사이로
가슴은 텅 비어 가는데
통통하게 익은 햇과실은
하나 둘 택배를 탄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어디만큼 가고 있는가 어디만큼 가고 있는가
찬 바람이 스미는 자리에
풍성한 밤이 깃든다
가을 한 잔 / 박태진
가을 한 잔
아주 진하게 우러난
슬픔의 눈물 다 빼고
기쁨만 가득 채웠어요
잘 익은 가을 한 모금
자분자분 스밀 겁니다
한 잔 더 들고 가시죠
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선한 눈빛 마음에 내걸며
..........
-가을 한 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