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백년해로
기러기 전달하고 하늘에 대한 맹세로 고천문 낭독했다네.
그럼 혼례가 다 끝난 것 아닌가.
아니네, 신랑이 신부의 원삼을 벗긴 뒤 얼굴을 보아야 성혼이 되는 거야.
얼굴도 안 보고 집에 데려갈 수는 없지.
지금이야 밤낮으로 붙어 지내다가 서로 좋아지면 죽자 살자 하면 되지만,
옛날에는 데려다 놓고도 서먹서먹한 게 정들자면 해묵어야 했네.
그런데 함창댁!
그 땐 왜 그렇게 수줍어했어?
강 속에서 멱감고 있을 때 말이야, 날 첨 만났을 때
못난 촌색시처럼 푸른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엎드려 있었잖아.
내가 접근하여 미소를 짓자, 그때서야 반갑게 예쁜 얼굴로 마음을 주더라.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그래서 고천문 낭독까지 오래가지 않았어.
함창댁 참 좋겠네,
날마다 쳐다보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좋고
백년해로할 때까지 웃는 얼굴 보며 의지해도 될 듯 하니
이게 다 하늘의 뜻이니 날마다 좋지 아니한가.
경북 함창 영강 産 (2012.6.17 生) 크기:2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