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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와 농부
먼 엣날 신이 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는 호두 농사를 짓는 농부가 신을 찾아와 이렇게 부탁했다. "저에게 일 년만 날씨를 맡겨 주십시오. 딱 일 년 동안 내 뜻대로 날씨가 바뀌도록 해 주십시오."
농부가 하도 간곡히 사정하는 터에 신은 그가 일 년 동안 날씨에 대한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일 년 동안 날씨는 농부의 마음대로 되었다. 그가 따사로운 햇볕을 원하면 햇볕이 내리 쬐었고, 시원하고 촉촉한 비를 원하면 비가 내렸다. 덜 여문 호도알을 떨어뜨리는 바람도, 천둥도 없었다. 모든게 순조롭게 되었다. 농부는 나무그늘 아래 누워 그저 잠만 자면 되었다.
이윽고 가을이 찾아 왔다. 호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 풍년이었다. 농부는 기쁨에 들떠 산더미 처럼 쌓인 호두 가운데 하나를 깨뜨려 보았다. 그런데 세상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농부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농부는 빈 껍데기 호두를 들고 신을 찾아가 어찌된 일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신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도전이 없는 것에는 알맹이가 들지 않는 법, 폭풍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무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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