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石記
艸宇(초우) 김 상 필
丁亥年 첫 탐석이다.
설렘 탓일까, 4시에 잠이 깨었다.
칠흑의 새벽 공기, 겨울답지 않은 기온이라지만 방한복 아니면 견딜 수가 없다.
여주 개군면의 신내해장국, 소주까지 겨 드리니 감칠맛이다.
9시경에 차는 대신면 보통리로 진입, 내양리 맞은편의 한강 뚝 방에 섰다.
전투에 임하듯 장비를 갖추고 각자 飛散하여 大河를 안는다.
살얼음 밑으로 차갑게 흐르는 한강물을 헤치고 자갈 섬으로 건넜다.
물속 탐석부터 시작이다. 장화 속 냉기가 뼈 속을 타고 올라온다.
장갑속의 찬 손가락을 체온으로 녹여보나 얼음장 같다.
그런데 어쩌랴, 이미 마음먹은 돌이란 놈을 만나야 하는 것을....
누워서만 기어 오던 햇살이 어느새 서서 물속으로 내리꽂는다.
흙 이끼를 뒤 집어 쓰고 물장구치는 놈, 합창하는 놈, 염불 하는 놈.
그러나 제 얼굴을 뚜렷이 내 보이는 놈은 한 놈도 없다.
그러니, 낱낱이 뒤집어 보고 고개를 돌려 보았으나 만나야 할 놈이 아니다.
두어 시간이 지나니 배도 고프고 목이 탄다. 쵸코 파일과 찬물로 메꿨다.
그래도 기대의 집념은 계속된다. 견딜 만큼 수온이 오른 물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잃어버린 보석이라도 찾듯, 잡념을 버리고 얼마 동안이나 무심 삼매경에 빠졌을까,
그러자, 유속에 반항하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수상한 놈에 시선이 멈춰 섰다.
눈을 떼지 않고 그놈을 꼭 붙잡았다. 그 순간 그는 나를 응시하듯 고개를 돌린다.
“아! 여기 있었구나, 내가 몇 시간을 헤맸는데, 너를 만나려고. 이제 보니 너
녹청색 옷에 위용을 제법 갖추고 건장한 체격에 매끈하게 생겼구나,
마치 북한산 仁壽峯 닮았네!, 지금부터 네 이름을 ‘靑壽峯’이라 하자”
“따라오너라!”
이렇게 하여 청수봉을 만났다.
이제 자갈밭으로 나가보자. 장마 때면 옮겨 다니는 광활한 돌밭을 대가 없이 안고 밟는다.
그러나 아무리 눈총을 쏟아봤자 先發戰士들의 발길이 너무도 선명한 이 돌섬에서 또 한 놈을 만나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게 낫겠다 싶다.
그러나 못 찾으면 어떠랴, 이 너른 자연을 품에 넣고 유유자적하는 맛이 어딘데.
발을 멈추고 잠시 하늘과 땅의 기를 모으고 있는데, 이윽고 저만치서, 썩어빠진 몰골로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가련한 모습 하나가 누구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몸집도 조그만 것이 청옥색 누더기 옷을 걸치고 얼마나 오랫동안 수마에 시달렸는지 피부가 썩어 문드러지고 뼈마디가 고르지 못한 채 아랫도리가 땅에 묻혀 있다.
“이건 영광의 상처다. 썩은 피부의 고름을 짜내고 상처의 치료를 잘하면 네 몸에서 향기가 날 거야. 네 이름은 ‘영광의 상처’라 하자. 자, 그럼 흙먼지 털고 집으로 가자”
이리하여 이 두 놈을 이끌고, 아쉽지만 오후 1시 30분경에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漢江水를 건너 퇴로를 밟았다.
그러나 한강은 이런저런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청정한 물줄기를 하류로 쏟고 있었다.
200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