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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안개. 김소월 눈들에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참아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요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에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마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에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
달 빛 조흔파 작시 김용연 작곡 유리창에 부서지는 달빛이 하도 고와 한자락 끊어내어 그대에게 보내오니 내게로 오시는 길 어둡거든 밝히시고 임이여 나 본 듯이 친구삼아 오소서 나뭇잎에 반짝이는 달빛이 너무 고와 한조각 오려내어 그대에게 보내오니 서둘러 오시는 길 아득히 멀거들랑 임이여 ..
臨死賦/죽음을 앞두고 成三問 擊鼓催人命 북소리는 내 명을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 고개 돌려보니 해는 지려하네 黃泉無一店 황천에는 주막도 없을터인데 今夜宿誰家 오늘 밤은 뉘집에서 잘것인가
단풍잎/장진순 단풍이 드는 것은 바람 탓이거니 했지 바람이 돌변하여 포악해진 것이라고 그런데 그, 바람이 쫓겨 가는 것을 보았어, 수풀을 헤치고 들길을 지나 남쪽으로 다라나 는 것을 하늘이 어두워지고 구름 떼가 몰려드는 것을 보고 구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구름이 ..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
낚시 / 오강현 속 빈 대나무 끝에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고 가느다란 심지를 매달고 누군가를 붙잡고 시퍼런 가슴을 토해 내고 싶다 그래서 멀리멀리 뿌린다 가슴 언저리에 두 겹 세 겹 켜켜이 쌓아 둔 검게 멍든 가슴을 너에게 조금더 가까이 닿기 위해 멀리 더 멀리 던진다 긴 대나무와 긴 줄을 바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