菜根譚句(채근담구)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풍래소죽풍과이죽불류성)
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안도한담안거이담불류영)
告로君子
事來離而心始現 事去而心隨空(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古德云
竹影掃階塵不動 月輪穿沼水無痕(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
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義自閒(수류임급경상정 화락수빈의자한)
人常持此意以應事接物 身心何等自在(인상지차의이응사접물 신심하등자재)
讀書 不見聖賢 爲鉛참傭 君官 不愛子民 爲衣冠盜(독서불견성현위연참용 군관불애자민위의관도)
講學不尙躬行 爲口頭禪 立業 不思種德 爲眼前花(강학불상궁행위구두선 입업불사종덕위안전화)
(해석)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엔 소리가 머물러 있지 않고
기러기가 차거운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날아가고 나면 연못에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닥치면 비로소 마음을 드러내고 일이 끝나면 마음도 따라 비운다.
옛 고승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가 뜰을 쓸되 티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되 물은 아무
흔적이 없네"라 하였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물의 흐름이 제아무리 급해도 주변은 늘 고요하고 꽃의 떨어짐이 비록 잦을지라도 마음
은 스스로 한가하네"라 하였으니
사람이 늘 이런 뜻을 지니고서 일에 응하고 사물에 접한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유자재롭겠
는가?
책을 읽되 성현을 보지 못하면 글씨를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고 벼슬을 하되 백성을 사랑하
지 않으면 관복을 입은 도둑놈이고
학문을 가르면서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입으로만 참선하는 떠벌이가 되고 출세를 하여 은덕
을 베풀지 않으면 눈앞에서 잠간 피었다가 지고 마는 꽃이 되리라
2013.2.20 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