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서로도아 2012. 9. 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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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게 아니었나 봅니다 / 平田

 

여름 시계는 늘여터진 줄만 알았습니다.

바람 잔잔한 한여름 오후

나무가지도 더위에 축늘어 옴짝하지 않고

떠돌던 흰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 함을 멈추고 있기에

여름 시계도 늘어져서 가지 아니할 줄 알았습니다.

 

9월은 멀리만 있는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두송이 피고 지지마는

철을 아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꽃물결의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기에

9월은 저 멀리서 천천이 올 줄만 알았습니다.

 

산넘고 물건너 가고 또 가봐야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눈감고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으로 들리는 소리가

여름 파도소리 인줄 알았더니

그것이 가을이 오는 소리였나 봅니다.

 

가을은 미리 가을색으로 마구 칠해놓고

그 길따라 천천이 오는 줄만 알았더니

그런게 아니였나 봅니다.

푸르름이 아직 한창인데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를 맛보면서

성큼 가을이 다가옴을 알았습니다.

 

가을에는 아프다고들 하기에

그게 거짓인 줄 알았습니다.

코끝에 미리 전해지는 가을 내음에

보고픔에 가슴이 미리 아프려고 하니

가을이 짙게 물들어 오면

얼마나 아파해야 할지 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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