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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양지
아무도 날 알지 못하는 곳이면 좋겠다
따스한 공간 정도로 두어 칸 오두막 짓고
마당가로 작은 꽃을 심어 감성을 돋아내어
자연에 열렬한 뜨거운 사랑 퍼붓고
하다 보면 행복도 찾아와 나쁘지 않겠지
양지바른 뒷산에 봄엔 만화초 병풍처럼 두르고
가을엔 겨우내 퍼먹을 알갱이들이 툭툭 떨어지면
찡그리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없겠지
무채색의 헐렁한 옷을 입고 자연의 비탈에 누워
햇살이나 세며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게으름을 피운다면
영혼조차 나를 부러워하겠지
그곳에서 나는 어쭙잖은 나를 내려놓고
철든 이후 온통 둘러싼 허영과 관념을 벗어 놓고
내 속에 웅크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다
외딴섬 깊은 산 아니라도 좋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않는 곳이면 좋겠다
경북 함창 영강 産 (2012.3.18 生) 크기 : 16.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