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풍경
사나운 바람 거센 눈보라도 그 뜻을 꺾을 수 없었나 봐요
벌거벗은 나무가 가여웠던가요?
흔들리는 가지에 마른 잎들이 앉아서 계곡을 기웃거려요
바위 틈 동정에 내려올 생각은 없나 봐요
자연의 품속에서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뭇 생명들이 먹잇감을 두고 싸우는 격전장 같다나요?
눈 녹인 골짜기 바람이 햇빛 따라 마른 언덕에 누워 보는데
계곡의 맑은 물이 해묵은 바위를 뿌리까지 씻고 있어요
시커먼 바위들은 옷을 벗지 못하고 돌이끼 덮어쓰고 눈치만 보네요.
번개가 동쪽에서 번득이고 새 비가 오고 나면 안개에 젖은 새싹들은
더욱 푸르겠지요.
그 땐 날 싫어하지 말아 달라 하겠어요
2012.03.05 그림